겨울로 추억 여행을 떠나요.
- 작성일
- 2001.12.13 11:30
- 등록자
- 백승윤
- 조회수
- 733
박용수, 김경희씨 오늘은 겨울 여행을 한번 떠나 보려고 합니다.
겨울 속으로 여행을 떠날려니 20년도 훌쩍 지나버린 어릴 때인 초등학교 때의 이야기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네요.
애청자여러분들도 어릴 때의 겨울로 여행을 한번 떠나 보세요.
비포장 도로에 버스는 2시간마다 한번씩 마을을 지나가고 버스가 지나가면 먼지가 온 마을을 뒤덮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요.
그 시절에는 요점처럼 컴퓨터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한 TV를 가지고 있는 집이라고 해 보아야 동네이장 집에 한 대 있을 때이었으니
놀이 문화라고 해 보아야 모를 심기 위하여 보리를 심지 않고 비워 놓은 못자리에서 칸을 만들어서 칸을 빠져나가던 꼬냉이(고양이)와 쥐를 하는 것과
마을 앞의 나지막한 동산으로 동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총을 들고 올라가 총 싸움을 하는 것과
얼음이 언 연못에서 수겟도(얼음썰매)를 타는 것이었지요.
꼬냉이와 쥐라는 것은 보리를 심지 않은 곳에 줄만 그어서 하다가 너무 많이 놀아서 뺀질뺀질 해지면 논 주인에게 욕을 한번만 얻어먹으면 되었지만
총싸움이라는 것은 직접 만든 총을 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을 만들기 위하여 가을부터 집에 있는 넓은 판자에 총의 견본을 그려서 톱으로 잘라내고
또한 초(총알)가 나오게 하기 위하여 우산대롱을 찾아서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다 없으면 간도 크게 새 우산을 고장났다고 분질러서 만들다가 엄마에게 혼도 나고
또한 초를 압착시키고 화약을 넣는 것(탄 창-리어카나 자전거의 살을 꼽는 것)을 만들기 위하여 자전거 방을 기웃거리다 주인이 없으면 몰래 들고 나오다가 주인에게 붙들려서 혼이 난적도 이었지요.
그렇게 혼나고도 몇 개 얻어와서 개선 장군처럼 친구들에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산에 올라가 화약소리 땅땅 내면서 총싸움하다가 어두워지면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던 일들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수겟도를 만들기 위하여 산에 올라가서 소나무도 잘라오고 집에 있는 두껍고 넓은 판자를 자르고 또 굵은 철사를 구하기 위하여서 강 옆에 흙이 물에 실려 못 떠내려가게 돌을 넣어서 만들어 놓은 제방에서 철사를 똑똑 잘라와서 발 통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얼음에서 잘 미끄러지라고 땅에 계속 문질러 질을 내어서 연못으로 들고 가 얼음을 탔지요.
그렇게 놀다가 잘 못해서 양말이 물에 젖으면 구멍이 나서 동그랗게 꿰맨 양말을 불을 지펴서 말리면서 꼬리 연을 날렸었지요.
그런데 불이 너무 세어서 나일론 양말이 쪼그라들면서 타버려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에게 혼나던 시절들이 생각이 나는군요.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놀이문화가 다양하지도 세련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침만 먹으면 한자리에 모여서 오늘 무슨 놀이를 하고 보낼 가를 생각하다가 모두들 한마음이 되어서 산으로 연못으로 돌아다니며 우정을 키워가던 아름다운 때였던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