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년을 그리워한 내동생 선희야
- 작성일
- 2001.12.20 03:09
- 등록자
- 권경희
- 조회수
- 759
사랑하는 내 동생 선희야.
어제는 너의 생일이었다.
이 못난 언니는 새 달력만 보면 한해의 마지막 12월을 가장 먼저 펴 들고, 너의 생일과 어머니의 생일날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린단다.
이 십 년이 넘도록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내 동생
아마 우리는 길을 가다 부딪혀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르겠구나.
넌 어떻게 변했을까?
벌써 결혼을 하여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너에 대해 많은 모습들을 나는 상상해 본단다. 엄마 모습도....
우리 엄마 여전히 예쁘시니?
그리고 또 눈물도 많으신지?......................
너와 엄마를
어떻게든 찾을려고만 하면 찾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가정을 꾸린지 이십년이 가까워 오는데 불쑥 내가 끼어 들어 눈물 많은 엄마를 더 이상 울리고 싶지 않아 그냥 이렇게 참고 혹시나 너와 엄마가 먼저 나를 찾아 줄 것 같은 생각에 항상 기다린단다.
너와 엄마에 대한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오늘 같은 밤에는 즐거웠던 추억들만 떠 올릴려고 노력한단다.
해마다 내 생일날이면 엄마는 케익과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을 내게 선물했었고 너는 용돈을 아끼어 내게 작은 선물을 하며..
"언니 다음에 내 생일날에도 이것과 똑 같은 거 사 줘! 알았지?"
하며 니 생일을 내가 잊어버리고 선물을 하지 않을 까봐 몇 번이나 다짐을 받고 또 받았던 너.
새침떼기 내동생 선희야..
우리 초등학교 다닐 때 산타크로스 할아버지에게 날마다 기도 했던 거 생각나니..
그 해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께서는 내게는 예쁜옷을 그리고 너에게는 학용품을 선물했었지.
너는 산타할아버지가 잘못 보냈다며 나의 옷을 입고, 끝까지
"이것은 내옷이야..내 선물이야" 하며 우기다 옷이 너무 크다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불만삼아 한달내내 산타크로스 할아버지에게 다시 예쁜옷을 또 다시 선물 해달라며 편지를 날마다 써서 우표도 부치지 않고 우편함에 편지를 넣었던 기억나니?
한달이 지난 어느날..
엄마는 너의 모습을 보다 못해 산타할아버지가 편지를 받으시고 답장으로다 크리스마스는 아니지만 특별히 소포로 예쁜옷과 빠알간 구두를 선물했다며 너에게 새 옷들을 사주셨지.
너는 그 예쁜옷과 빠알간 구두를 신을 때 마다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하며 감사기도를 했었는데.....
난 아직도 그 날 들을 한번씩 생각해.
정말 너는 예쁘고 귀엽고 순수했었어..
지금도 그 때처럼 그렇게 새침떼기이고, 또 귀여울까?.
.....................
부모님의 이혼으로 나는 아버지를 너는 엄마를 따라 서로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그 날..
난 생각도 하기 싫은 악몽 같은 그 날 때문에 사춘기 시절 내내 아주 많이 힘들어했었단다.
너와 엄마를 만나러 간다고 몇 번 집을 뛰쳐나가다 새엄마와 아버지께 혼이 많이 난 적이 있었단다.
그 때 마다 아버지는 내게 엄마와 너는 새로운 가정에 들어가 잘 살고 있다고 말씀하시더라.
선희야..
나는 오랫동안 어린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충격으로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살았단다. 그래서 늘 혼자였었어..
주위에 좋은 사람이 생길 때마다
어린시절의 상처로 인하여 상대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단다.
어린시절 늘 같이 행복하게 살 줄만 알았던 우리가정이 부모님의 성격차이로 너와 엄마와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나는 그 이후로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단다.
누구를 만날 때 마다 먼저 머릿속에서는
'저 사람도 언젠가 나를 떠나가겠지 그럼 나만 또 홀로 남겠지' 하는 생각에 누군가와 사귀기를 두려워 했었단다.
이제 내 나이 서른이 되니 조금씩 우리들의 부모님을 이해할 수도 있게 되었단다.
지금은 아버지와는 다른 집에 살지만 자주 찾아뵙기도 하고, 새엄마와 함께 백화점 쇼핑도 간단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감사로 받아들이니 이제는 마음은 편안하다.
아마 내게 내년에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애.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단다. 며칠전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청혼을 받았단다.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하고,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어.
지금도 생각중이고...
우리처럼 가정 안에서 아픔이 있었던 사람들은 이런일을 결정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
지금 내 곁에 너와 엄마가 있다면 함께 의논도 하고 엄마에게는 조언을 들을텐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괜시리 속도 상하고....그렇구나.
하지만. 언니는 마음이 무척 행복하단다. 아마도 지금 그 사람이라면 어린시절 내가 받았던 마음의 상처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리라 믿는단다..
그를 만날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평생을 함께 해도 좋다는 확신도 생긴단다.
너와 엄마와 연락이 된다면 이 이야길 생일선물로 전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지금 마음이 많이 아쉽구나.
사랑하는 내 동생 선희야. 눈물이 많았던 우리 엄마에게 이 언니가 못한 효도 까지 부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