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가 없어진다니.....
- 작성일
- 2001.12.21 07:04
- 등록자
- 장상은
- 조회수
- 707
두분은 산업체학교를 아시는지요?
낮에는 콧망울에 땀방울 송글송글 맺히도록 일하고
밤에는 선생님의 열의에 찬 목소리에 졸리는 눈
비비가며 3년간을 회사와 학교를 오갔던 지난날....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안형편을 뻔히아는 저였기에
부모님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들고자
부산의 산업체고등학교를 택했습니다
기계소리 요란하고,회색빛작업복을 입고 분주히도 움직였던 시간들...흩날리는 먼지에 의해
퇴근후 거울을 볼라치면 하얀 눈을 맞은듯
머리는 온통 먼지투성이였습니다
일못한다는 조장언니의 질타에 열일곱 어린소녀는
고향에계신 부모님이 너무나도 보고파서
울음을 한껏 쏟아야만 했습니다
3교대 근무였기에 남들 곤히자는 새벽 5시경이면
기숙사 사이렌은 어김없이 우리들을 깨우곤 했지요
뜨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출근준비를 했고
오후 두시에 일을 마치고 밥을 먹는둥마는둥
챙겨서 학교 스쿨버스에 몸을 싣고
잠이 모자라서 이내 버스안에선 이리넘어지고 저리넘어지기가 일쑤였지요
그래도 배울수있는 학교가 있다는것이 행복했습니다
학교교실 어디에서난 피곤에지친 친구들이
교실책상에 엎드려 자는모습은 흔히볼수있는
풍경이었구요
학교를 파하고 다시 스쿨버스에 몸을싣고
석근반 출근준비를 했던 유난히도 바빴던 학창시절
석근반은 오후 두시부터 저녁 열시까지의 근무시간이었기에 학교가는 시간은 이슬 덜깬 아침시간이었지요
수업마치고 출근준비를 하는데 그해 봄
봄볕에 얼마나 따스했던지 노곤해서 얼마나 출근하기가 싫던지요
제일 힘들었던건 야간근무시간이었습니다
야근반은 밤열시부터 새벽 여섯시까지 근무를 했었지요..잠이많던 저는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에 졸린눈비벼가며 또래의 친구들이 따뜻한 아랫목에서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두다리 뻗고 곤히잘때
저는 그렇게 하얗게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리고는 퇴근하기가 무섭게 스쿨버스에 몸을싣기를 3년간을 견뎌냈지요
제가 다니던 태광여자상업고등학교는
태광산업주식회사가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아래 1988년 설립된 학교입니다
태광산업을 다니는 학생이라면 학교를 무상으로 다닐수있는 곳이었지요
배움의 욕망을 한껏 펼칠수있었던 그곳이
폐교가 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어제 인터넷의 학교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접하게된 소식입니다
태광산업은 비슷한 품질이 노동력이 값싼 중국제품이
들어옴에 따라 경쟁이 되질않아
구조조정에 들어감에따라 내년부턴 학교 신입생을
받지않겠다는 방침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회사에서나 본사에서는 지금 계신 선생님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제시해서 지금 선생님들께서는
열흘째 학교에서 철야농성중이시라는군요
차디찬 학교교실바닥에서 잠을자고 식사를 해결하시고
계시다네요
그 소식을 접하던 순간 콧날이 얼마나 시큰하던지요
멀리서 제가 할수있는건 선생님께 전화해서
힘내라는 말밖엔 달리 제가 해줄수있는건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수화기로 전해져오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아직 힘이 남아있었습니다
선배들께서는 이사실을 각 언론사에 제보하기도 하며 돕는다는데 저는 달리 할수있는게 늘 애청하는 즐거운 오후 두시에 제마음을 달랠수밖에 없네요
지금 다시 다가올 2002년에 모든사람들이
연말분위기에 거리의 케롤송에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모두 심취에 있는 지금도 갑작스런 학교폐교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확실하게 선생님들의 향후를 밝히지않아 힘들어하시는 선생님....
다시 찿아갈 모교가 없어진다니 힘들었지만 추억이 많이도 서린 모교가 없어진다니 마음이 침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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