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작성일
- 2001.12.24 23:22
- 등록자
- 백 현주
- 조회수
- 813
남부초등학교동창회장님께!
회장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어느새12월.이 마지막달에 이르니 지난 시간은 깊은 감회와 반성으로 이어집니다.
시내 곳곳에는 성탄을 축하하는 캐롤송이 울려퍼지는 것과는달리 국내의 정치 경제 사회분야는 온통 부정부패가 만연되어 있는것같고 사회적으로는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연일 은행탈취사건과 가정생활을 비관해 자살하는등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을정도입니다
이런 어려움속에서도 학교의 발전과 동창회장으로써의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묵묵히 동창회를 이끌어 나가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존경하는회장님!. 한해가 저물어가고있는 이때.
이렇게 애쓰지는 회장님께 그때는 어쩔 수없이 거짓말을 해야만했던 사연을 고백할까합니다
그러니까 지난 11월25일{일}날 있었던 남부동창인들로만 짜여진 등반대회에 저와 제 친구두명은 남부출신이 아니면서도 마치 그학교를 졸업했는것처럼 위장하고 그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참가하게된 동기를 묻는다면 할말이 없지만 우리는 가을산을 가고싶은 마음하나로 운동장 포돌이탑앞에가면 산에가는 버스가 많다기에 아침일찍 무작정 그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날이 남부초등동창들의 등반대회가 있는 날이였더군요
이산 저산 좋은산으로 가는 버스들도 많았지만 우리는 웬지 꼭 무슨 귀신한테홀린것처럼 그 등산대회에 가고 싶었죠.졸업증명서를 떼내는것도 아니고 백암산에 가니까 잘하면 온천도 할 수있을것같고해서 우리는 동창들의 무리에 썩여 명부에 이름과.몇회. 주소를 적고 불안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보무도 당당히 버스에 올랐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가 적은 그해 동기들이 한명도 참석을 하지않았더군요 만약에 한명이라도 와서 우리의 행동이 노출되었더라면 우리는 줄행랑을 쳤겠지요.동창 산악회라해도 그냥 회비내고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걸로 끝나는줄 알았는데 몇회 누구. 이름적힌 명찰까지 달줄이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우리는 명찰을달고있는 서로의처지를 위로라도 하듯이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에!.위장취업을 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렇게 우리가 위장을하고 산에갈줄이야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회장님이하 여러임원진들과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과일과 떡을 나눠주면서 몇회냐고 물을때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싶었습니다
아무도 우릴 의심하는 분들은 없었지만 원래 남을 속일줄 모르고 정직하게 살아온 제 친구들은 마음에부담이 심했는지 결국 버스속에서 멀미를 하고 구토증상까지 보였습니다 좀처럼 우리만의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고 또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가을산에 왔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산을 오르는 마음은 하나도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친구들은 중간지점에서 포기를하고 제가 정상에 같다오는중에 마침 영덕에있던 남편을불러 친구들은 포항으로 되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몇번의 위기를 넘기면서 우리는 비로소"
잘못왔구나"하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회장님.
며칠전에 저희들을 여전히 동창으로 알고계시는 산악회 회장님으로부터 다음 등산대회를 알리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사실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웬지 마음이 편치않고 자꾸만 양심의 가책이 느껴집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회장님과 여러동창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싶어서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진실을 고백합니다.저희들을 용서해주세요
새해에도 회장님이하 여러동창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남부동우회의 무궁무진한 발전과 행운을 기원해봅니다
백 현주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