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시절.....
- 작성일
- 2002.01.31 10:34
- 등록자
- 김숙경
- 조회수
- 691
안녕하세요?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니 한번씩 고등학교 때의 일들이 생각나는군요.
이일은 고등학교 때 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했던 친구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저의 반 담임선생님은 시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국어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친구 현아는 그런 선생님의 행동 하나, 말 하나 까지도 좋아하는 한마디로 선생님에게 뿅간 아이였답니다.
그 날도 국어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시를 한편 읽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조용한 고요에서 선생님이 분위기를 잡고 시를 낭송하고 있는데,
친구 민영이가 갑자기 껌을 씹다가 자기도 모르게 풍선을 불어서 "탁'하고 터뜨려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분위기를 잡고 시를 낭송하고 있는 그 시간에는 풍선 터지는 소리가 너무나 컸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원래 조용하신 선생님은 꾸지람도 하지 않으시고
"수업시간에 껌 같은 것 씹지 말아라?"하시면서
"앞으로 수업시간에 껌을 씹다가 걸리는 사람은 반 인원 전체에게 껌 한 통씩 돌리기다."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국어수업시간인데 선생님이 급한 볼일이 있으셔서 수업을 못하게 되었다면서 조용히 자습을 하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현아가 "에이"하면서 가방에서 껌을 내어서 분단별로 가져가라면서 껌을 한 통씩 쫙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도 없고 해서 모두들 껌을 한 개씩 입에 넣고 씹기를 시작했습니다.
57명의 아이들 입은 껌을 씹느라 오물오물 거리고 어떤 아이들은 풍선까지 불어가면서 난리이었지요.
그런데 체육수업을 하고 있던 체육선생님이 운동장에 있는 교단에서 우리 반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선생님은 없는데, 이상하게 모두들 입이 오물오물 거리고 또한 풍선을 부는 사람도 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지켜보니 껌을 씹으면서 떠든다고 난리이더랍니다.
학생과 선생님인 체육선생님 그런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분이 아니셨지요.
당장에 수업하고있는 반의 반장을 보내어서 모두들 운동장에 선착순 집합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영문도 모르고 모두들 정신 없이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 "누가 수업시간에 껌을 씹어라 했느냐?"면서 수업이 끝 날 때까지 운동장을 돌라고 하더군요.
그 날 정말 껌 하나 때문에 목에서 단내가 나도록 한 번 뛰어 보았습니다.
나중에 현아에게 왜 껌을 그렇게 많이 사왔냐고 물어보았지요.
그랬더니 선생님의 눈에 띄고 싶은데 다른 방법을 잘 모르고 있는데,
그 날 민영이가 껌을 씹다가 걸리는 것을 보고 나도 선생님의 눈에 띄기 위해서 껌을 씹어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껌을 씹으면 반 전체에 껌을 돌려야 된다고 해서 미리 걸릴 것을 대비해서준비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선생님이 자습하라고 하는 바람에 이왕 준비한 것이고 해서 돌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선생님이 현아가 껌을 돌려서 씹다가 체육선생님에게 반 전체가 불려 나가서 운동장을 돌았다는 말에 현아만 혼이 났답니다.
껌 사건으로 입에 단내가 나도록 운동장을 돌면서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들아 모두들 잘 지내고 있겠지?
친구들아 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