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 작성일
- 2002.02.01 12:16
- 등록자
- 최미숙
- 조회수
- 647
안녕하세요? 즐거운 오후2시가 모든 이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이제 삼십대 중반의 주부입니다.아직 아이들을 돌봐야 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여름 유방암 2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크나큰 시련이었습니다.
다행히 수술하면 나을 수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좇아 수술을 했습니다. 방사선 치료도 했습니다.
한쪽 가슴을 잃긴 했지만 다행인 것은 사랑하는 아이들과 이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엔 살게만 해달라고 빌던 제가 욕심이 생겼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상징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집착이 생겼습니다.
어제 오랫만에 대중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 왔습니다.
목욕탕에 가기까지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용기였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소중한 부분을 상실했다는 것은 가끔 삶의 회의를 느끼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소명회를 알았습니다. 소중한 생명회라는 의미입니다. 소명회에서는 매월 첫째 목요일에 정기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약초목욕탕을 빌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유방절제수술을 맞은 사람끼리 공동 목욕을 하는 행사입니다. 그곳에 가입하고도 목욕탕에 가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른 사람들의 힐끔힐끔 거리는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건강한 사람들은 모를 것입니다.
저 조차도 그러했으니까요.
조금만 나와 이상해도 저절로 눈이 가던 내가 상황이 바뀌고 보니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정된 곳에서가 아닌 전국 어디에서나 부끄럽지않게 목욕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처음 대중탕을 갔을때의 망설임을 아직도 기억하는 까닭에 목욕탕에 가기까지 내게 필요했던 것은 용기라고 말합니다.
이 글을 들으시는, 저와 같은 아픔을 지닌 분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어 글을 올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