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
- 작성일
- 2002.02.06 01:12
- 등록자
- 정옥희
- 조회수
- 692
실안개가 이슬로 내려앉는 언덕배기에서 언제나 처음 햇살을 볼수 있어 행복하신지요. 아버지, 당신이 안계신 이집에서 두번째의 설을 맞습니다.남편은 이번 차례때에도 뒤돌아서 눈물을 훔치겠지요. 아버지,당신이 떠난후에도 우리 육남매는 서로 도와가며 당신이 남기고간 선한 삶을 닮아 가기위해 열심히 살려고 노력 하고 있습니다. 그곳엔 말씀도 자유롭게 하실수있고, 드시고 싶은것, 좋은 꽃구경도 하시는지요. 어머님 만나 싸우지 않고 잘 지내시는지요.남편을 만나 한달 만에 인사를 갔었는데,아버지는 중풍15년이 되셨었고 어머님은 돌아가신지 이년째 접어드는 가을 이었어요.혀가 목구멍 있는데 까지 감겨들어가 말씀도 못하시고 입가로 항상 침을 흘리셔서 작은 수건을 가지고 다니셨어요. 음식을 드실땐 반은 흘리고 물은 아예 마시지 못하고 숫가락으로 떠 드시는걸 보고 같이 음식을 먹지 못했지요. 남편은 "첫째,아버지를 생각하고 둘째,장모를 생각하고 셋째,나를 생각해주면 좋겠다. 남편은 가구점 점원으로 있을때, 아들 보러 한번 오셨는데 그때는 철이 없어 국밥 한그릇 못 사드렸다고 그게 두고 두고 후회가 된다고 하면서 아버지 만큼은 후회없이 효도 하고 싶다고. 누구와 결혼을 하더라도 이 마음만은 변하지 않을거라 말했어요.육남매의 막내 며느리인 저는 남편의 엄명으로 포항에서 40분 정도시댁 청하를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꼭가야 했지요.처음 연옥이가 태어날 무렵까지 아버지의 손짓,빌짓을 알아들을수 없어 "형님 아버지가 무슨말 하시는지 모르겠어요"하며 시집오면서 부터 모신 큰 동서를 부르기도 여러차례.아버지의 손짓, 발짓이 익숙해질무렵,청하 장날 생선회를 사다가 드린다는게 너무 많이 드시게해 설사병을 일으켜 돌아 가신다고 육남매를 다 불러 들였던일,큰아주버님께 음식은 가려서 드려야 한다면서 꾸중을 듣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큰기침으로 나를 보시고 웃으셨지요.그리고 그만 하라는뜻으로 손을 내저어셨구요.아버지 생각나세요? 시집온지 첫 설날 음식은 하지않고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를따라 산감을 따러 갔다가 감은 구경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는데 큰동서가 철부지가 따로 없다고 한참 혼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내어깨를 툭! 치시더니 밖으로 나가셨지요. 저는 아버지께서도 혼내시는줄 알고 친정 집에 가고 싶어 대문밖 사과 나무 밑에서 울고 있는데 당신이 오셔서는 내 손바닥을 펴시더니 아주 잘 익은 홍시감을 올려놔 주시며 담장위 감나무를 가리켰어요.멀리 갈것 없이 집에 감을 따 먹으라는듯이.그후로 아버지께 우리는 큰집 마당 모퉁이에 있는 감나무를 유산으로 물려 받았지요.남편은 당신이 안계신 올 가을에도 그감을 따지 못했어요.그 감을 먹을수가 없다는 이유에서 였지요.손녀 연옥이를 가졌을때 "아버지 좋아 하시는 쿨피스 사 드릴까요?.돈있냐고 손을 동그랗게 하며 물어셨죠. "아무리 못 살아도 아버지 쿨피스 한병 못사드릴까봐서요."하니 "너는 배가 부르니까 가다가 넘어지면 어쩌냐.내가 가서 사 올께." 하며 손짓, 발짓을 했었어요.가끔 삼천포 큰 시누이가 오실라 치면 삼동서는 비상걸린 날이었어요. 저는 이세상에서 큰 시누이가 제일 무서웠어요.아버지에 조금만 이상이 있다 싶으면 "이것들이 아버지를 동네 머슴으로 아나"하시며 시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