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유~~~
- 작성일
- 2002.02.07 03:16
- 등록자
- 희야
- 조회수
- 662
몇 달 전까지는 빠듯한 생활이 짜증스러웠답니다.
남들은 부모를 잘 만나서 가만히 있어도 유산으로 집이며, 땅과 상가들을 턱턱 물려받는데, 반대로 저희는 맘 좋고, 사람을 의심할 줄 모르는 시아버님께서 빚 보증을 서서 몇 천 만원의 빚을 떠맡아야 했답니다.
그놈의 "돈"이 뭔지..
몇 천 만원의 빚을 떠 안고 보니.
아버님이 왜 그리도 밉고,
또 다달이 장남인 저희네가 돈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속상하든지..
좁은 소견에 입버릇처럼
"진짜 살기 싫어.. 아이고..사는 게 지긋 지긋해...돈벼락이나 떨어지면 살 힘이 나겠는데..."
하며 입에 짜증을 달고만 다녔어요.
그랬던 제가 얼마 후 교통사고를 당했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느닷없이 차 한대가 저를 향해 돌진
순간 차를 보고 피하긴 피했는데.
"퍽"~~~~~~~~~~~~~~~~~~~~~~~아야....아....
그 다음은 기억이 없더군요.
잠시 정신을 잃고 눈을 떠보니..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어쩔 줄 몰라..안절부절..
운전자의 모습을 보고, 저는 더 놀라..
'어구...내가 어디 절단이라도 났나?' 하며
'아이고, 하나님...지 좀 살려 주소...지 잘못 되거나, 죽으면 안되니더...
토끼같은 딸내미 둘에다, 신랑, 그리고.....그리고....
아닙니더..한마디로 제가 살고 싶습니더..살려 주소.'
하며 잠깐 기도를 한 후
대충 몸을 훓어보니..멀쩡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손가락을 까딱 까딱 해보니 움직이고,
왔다 갔다 걸어보니 걸음걸이도 이상 없고,
저를 친 운전자에게
"괜찮아요. 그냥 가세요" 했더니.
한사코 병원에 가자고 이끌기에 병원에 가서 이 검사 저 검사를 받았답니다.
병원 문 근처에도 안 가보던 사람이 또 병원에 가니..
왜그리도 무섭든지.
혹시..검사를 하다 큰 병이라도 발견 되는게 아닌가 싶고...
응급실로 엠블란스를 타고 들어오는 피를 흘리는 환자들을 보니..
'몇 시간 전 나도 차와 정면으로 부딪혔다면, 지금 내 목숨도 산 목숨이 아닐꺼야'
하며..왠지 모를 감사함에 콧끝이 찡해 왔답니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점심 설거지를 하며..,
"살기싫어, 사는게 지긋지긋해,"
이 말을 했던 것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검사를 하며 병원을 왔다 갔다 하는 수많은 환자들을 보니
사람에게는 건강이 최고더군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다는 그 이유 하나가 감사고 행복이라는 것을 지금까지 왜 깨닫지 못했는가? 하는 생각을 했었고,
특히 우리 시아버님의 건강함에 가장 많이 감사했습니다.
맘이 좋으셔서, 빚보증 잘못 쓰시는 것이 백번, 천번 낫지 건강을 잃어 고생하신다면 저는 더 힘들었을 겁니다...
한동안 마음으로 나마 빚보증 잘 못 서셔서 그 돈 얼마 우리가 갚는다고, 생색을 내며 아버님을 뵐때마다 뾰루퉁해서 입을 닥 발이나 내어 퉁퉁 거렸던 제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고, 또 나쁜 며느리라는 생각에 죄스러워 혼났어요.
교통사고 후 저는 빠뜻한 가정생활을 한탄만 할 게 아니라 팔 걷어 부치고 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조그마한 회사에 경리로 취업을 했어요.
낮에는 일하고, 퇴근해서 집안일 하고,
처음에는 조금 힘이 들었는데 바빠져서 딴 생각 안 해서 좋아요.
또 희망이 보여서 좋아요..
몇 년만 이렇게 열심히 돈을 벌면 모든 빚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생각
박용수 김경희씨.
여전히..행복을 돈으로, 생각한다구요..아니예요.(호호)
그래도 돈이 좀 있으면 좋겠어요. 후후.
지금도 사는게 지긋 지긋하냐구요...아닙니다..행복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