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친구들아.
- 작성일
- 2002.02.07 05:23
- 등록자
- 김영옥
- 조회수
- 667
그리운 내고향 친구들아.
어느덧 서른이 넘고, 한국에 온지 햇수로 5년이 가까워 오는구나.
언어과 풍습이 다른 이 나라에 와서, 나 사는데 바빠서 너희들에게 안부 전하지 못함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종근씨의 사랑하나 믿고, 고향하늘과 엄마 너희들 모두를 뒤로하고
한국에 와서 열심히 배우고 익힌 탓에 잘 적응하고, 진수 잘 키우며 행복하게 살지만
간혹은 모두들 보고 싶어 한달음에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구나.
다시 한 번 가서...사진을 찍듯이 고향하늘과...너희들 모두를 눈에 담아 보고 싶구나.
요즈음은 종근씨가 다른 지방으로 출장을 가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탓에 너희들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어제는 밤늦게 갑자기 냉면이 먹고 싶더라..
연길시의 자랑거리 음식인 평양 냉면 맛이 갑자기 생각나서,..
냉면으로 그리움을 막아 볼려고,...맛있는 냉면 집을 찾아 갔단다..
고명을 조금 얹어 냉면을 주길래..고향 냉면이 생각나서..
고명을 잔뜩 얹어 달라고 부탁했더니..우리고향 냉면처럼 고명을 잔뜩 얹어 주더라.
그래서...고향생각하면서 두 그릇이나 맛나게 먹었단다. 호호
오후 5시만 되면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아 어떤 물건을 살 수 없었던 우리 고향과는 달리..
이곳은 낮과 같이 밤에도 네온사인이 환하게 밝혀져...
밤에도 거리를 맘껏...활보하면서 다닐 수 있단다..
친구들아.
나는 좋은 세상에서 좋은 것을 많이 보며..또 많을 것을 느낀단다.
하지만..항상 홀로 두고온 어머니..
그리고 서로 한마음이었던 너희들..
모든 것이 그리워 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있단다..
보고 싶다. 너무나도 간절히..보고 싶다.
며칠전에는 스커트 입고, 자전거 타기 선수 였던 내가 운전면허증을 땄단다.
이곳은 자전거가 집집마다 한 대씩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집집마다..한대씩 있단다.
처음에는 모두들...엄청난 부자 인 줄 알았단다..후후
그래서 나도. 운전 면허증을 땄고, 조금 있으면 방송통신대학에도 들어 갈려고 한단다.
그리고, 영어도 배우고 있단다.
왜 영어를 배울려고 마음을 먹었냐면..
난생처음 전기압력밥솥을 써 보았는데...보온이 끝나고. 밥솥에서 "END"라는 숫자가 나오더라...나는 처음에는 고장 났다는 글자가 싶었거든...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E자를 숫자3을 거꾸로 해 두었다는 생각에..
퇴근해서 돌아온 종근씨에게..
"종근씨 밥솥에 왜 숫자3이 나타나죠?" 했더니...
종근씨가 "끝"이라는 영어 단어라고 가르쳐 주더라.
OPEN, OK,...END, 등등...많은 것이..영어인데.
나만 아무것도 모르는 원시인이라는 생각에 그 날부터 당장 영어 공부를 시작했단다.
친구들아..
난 말이야. 열심히..열심히 살꺼야.
진수에게는 좋은엄마, 종근씨에게는 좋은아내, 우리 시어머님께는 좋은며느리가 되련다.
그런데..가슴 한 켠에는 친정엄마가 너무 보고 싶고,
또 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다.
오늘은 좋은시를 하나 읽었다..
읽고 또 읽고...이제는 외워 버린 이 시 한편이 외로운 내 마음에 벗이 되어 주는구나.
"아무리 어둡고 험난한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고갯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어둡고 험난한 이 세월이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과 위로를 줄 수 있기를.
-베드로시안의 (그런 길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