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먹은 값비싼 점심도시락
- 작성일
- 2002.02.08 11:43
- 등록자
- 윤은빛
- 조회수
- 709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 .. 시계딸깍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아침이다.
전 포항에 이사온지 세달정도 되었는데 이방송프로그램중 마음에 쓰는 편지 코너가 가장 재미있어서 늘 즐겨듣고 있습니다.
날씨가 오늘부터 쌀쌀해진 거 같네요.
며칠남지 않은 설에는 많이 춥다고 하던데..
박용수씨, 김경희씨?
감기 조심하세요.
오늘은 저희 부모님 이야기를 하려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몇십년동안 농사일로 자식뒷바라지를 하시며 여태껏
60여년 삶을 사시면서도 온천관광한번 가시지 못하신 분이 저희 부모님 이십니다.
어머니의 큰소원은 자식들 잘 되는 것이였고,
작은 소원이 있다면 아버지랑 여행한번 다녀오는거 라고 말씀하시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경주 (?)호텔에서 근무 하기에 전 친구에게 전화를 해 엄마아빠 하루밤 묵을수 있게 예약을 해달라고 했어요.
빠듯한 저희 형편에 숙박비가 생각보다 부담이 큰 것 사실이였어요.
하루숙박비가 좋은 방은 이삼십만원하는 터라 큰맘 먹은 거죠? 부모님이 천년만년 늘 사시는 것도 아니고 맨날받기만한 막내딸로서 한번쯤은 효도같은 효도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전 날짜를 잡아 전 부모님께 온천도 즐기고 경주도 구경하자고 연락을 드렸어요.
농사일이 바쁘다고 하셨지만 반가워 하시는 것 같았어요.
첫 부모님 여행이였고, 첫 호텔에 오시게된 부모님..
호텔앞에서 부모님과 만나 대충짐을 싸오신 것을 들고 호텔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분홍빛보자기가 있어서 제가 으아해 하며
물어보았죠? 세상에 소풍갈때 사가는 큰 도시락통에 김치 가득 하얀 쌀밥가득 그리고 무우말랭이,멸치볶음...호텔은 음식도 비싸고하니깐 이렇게 싸왔다..라고 말씀하시는데,조금 챙피하기도 하였지만 그냥 뭐라고 할수없는 큰 물건이 목구멍에 메이 더라구요.
우리는 짐을 풀고 김치며 무우말랭이며 펼쳐 가득히 싸오신 하얀 쌀밥을 다 먹었답니다.
그날 점심식사 ..
비록 반찬은 몇가지 없었지만 찬밥이랑 함께 먹은
그 식사는 잊을수 없답니다.
경주토함산 그리고 불국사 등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때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신랑이랑 애들이랑 가는 여행이 행복하다면
부모님과 함께한 여행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여행이라고 말하고싶네요.
이제 설날이 며칠남지 않아 찾아 뵈어야 하는데 올해는 못갈것 같아서 말이죠? 시댁에 일도 있고 해서.
작은 선물이나 보내드릴까 하는데 마음이 좀 안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