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거울로 삼아.....
- 작성일
- 2002.02.13 19:23
- 등록자
- 김윤경
- 조회수
- 617
박용수, 김경희씨 설 잘 보내었습니까?
조금은 쌀쌀한 날씨 속에 설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아이들에게 한복을 입혀서 집으로 들어가니 엄마 아버지가 우리를 기다리다가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친정에 왔다는 홀가분한 마음을 가지고 점심으로 떡국을 먹기 위해서 밥상에 앉았습니다.
떡국을 먹으면서 무심코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늘 새까맣게만 생각했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니 옛일들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지더군요.
가난한 집의 농부인 아버지와 결혼을 해서 지금까지 편안히 집에서 쉬어보신 적이 없는 당신.
온갖 허드렛일과 궂은 일을 하시며 우리들을 키우시느라 그 곱던 얼굴이 쭈글쭈글 변해 가는 당신.
누가 그랬던가 "며느리가 해 주는 밥은 앉아서 먹고, 딸이 해 주는 밥은 서서 먹는다."고
이 말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렵게 키운 딸을 시집 보내놓고 눈앞에 보이지 않아서 노심초사 걱정을 하다가 차려주는 밥을 받아 놓고 또다시 눈앞에서 떠날 것을 생각해서 걱정이 되어서 앉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당신은 키울 때부터 시집을 간 지금까지도 우리를 걱정해주시지요.
못난 이 딸은 용돈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데 오히려 당신은 이 못난 딸에게 힘들게 버신 돈을 생활비에 보태 쓰라며 아버지 몰래 주시곤 하셨지요.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님이 있을까마는 특히 당신은 유별히도 우리를 사랑해 주셨지요.
"너희들이 잘 살기만 한다면 힘들어도 견딜 수 있다."면서 웃음을 머금으실 땐 뭐라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사하고 든든해서 당신이 훌륭해 보였습니다.
당신은 젊은 날, 술로 방탕한 생활을 하셨던 아버지를 무시하지 않으시고, 우리들을 잘 키워보겠다는 일념 하에 힘든 일도 마다 않으시며 이 날을 살아 오셨지요.
너무나 감사 드립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남편이 돈 못 벌고 놀거나, 무능력해서 애를 먹이면 자식까지도 버리고 자기 인생을 찾아간다며 집을 나가거나 이혼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저는 당신이 살아오신 것처럼 자식 잘 키우고 힘들어하는 남편을 지탱해주고 격려해주는 아내로써 열심히 살아갈게요.
당신은 저에게 큰돈이나 재산을 주시지는 않았지만 그 보다 더 값진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이것을 거울로 삼아 조금만 힘들어도 주저앉고 그저 편안한 것만 찾는 딸이 되지 않도록 할게요.
힘든 일도 마다 않고 당신이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사셨던 것처럼 저도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서 열심히 살게요.
"엄마 사랑해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