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의 전화를 받고.
- 작성일
- 2002.02.14 04:22
- 등록자
- 아내
- 조회수
- 654
당신에게
몇 년 동안 단 한번의 연락도 없었던 당신이 설 연휴 전날 친정집으로 전화를 하여 한없이 울었다는 이야길 친정어머니에게 들었습니다.
당신에게서 온 한 통의 전화에 저는 감사한 마음과 또 서러운 마음에 울어야만 했습니다.
오 년 전 운영하던 회사를 부도 내고, 술과 도박으로 살던 당신이 만삯이 된 저를 서울땅에 홀로 내 버려 두고 어느날 갑자기 가출을 해버려 죽을 때까지 당신을 저주하며 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수 없는 날들을 제게 주어진 비참한 현실이 꿈이길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그대로 닮은 우리 아들의 예쁜 눈을 보며 힘을 내어 지금껏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고 때론 생사가 불분명한 당신을 항상 걱정했습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겨 집에 오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고통스러운 현실 때문에 거리의 노숙자가 되었다면 빨리 돌아 오길 바라는 마음에 하루종일 울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 오지 않았던 당신....
오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보내며...
흐르는 세월 속에서 어느덧 미움은 사라지고,
조금씩 당신을 이해 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언제나 성공만 했던 당신.
명석한 머리와 좋은 환경에 자라 최고의 학벌과 일찍 많은 돈을 가졌던 당신..
그래서 돈이면 무엇이던지 다 되는 줄로만 알았던 당신,
돈으로 인하여 교만했었고 안하무인이었던 당신이 그 전부 였던 돈을 부도와 함께 잃어 버렸으니..
수많은 빚과 채무자들에게 면목이 없었을것이고, 또 궁핍한 생활과 주어진 현실을 받아 들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씩 당신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보.!
당신도 이제는 느끼는지 알 수 없지만, 세상에 전부는 돈이 절대로 아닙니다.
돈 보다 더 소중한 것은 가족간의 사랑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그 다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보.
당신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우리 아들아이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어떤 눈을 가졌는지? 또 얼마나 착한 마음을 가졌는지?...
우리아들은 매일 매일 당신을 기다리는 듯 합니다.
일찍 꾀가 나고, 철이 나서 당신에 대해 묻지는 않치만,
큰 두 눈동자는 제게 수 없이 말하는 듯 합니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라고..
친구들은 모두 아빠가 있는데,.
저만 아빠가 없고, 아무도 아빠에 대한 이야길 하지 않으니 저 어린 것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하지만 제 마음을 아프게 할 까봐 묻지도 않고, 어린 가슴으로만 삭이는 아일 보고 있노라면 당신이 아무리 죽을죄를 적다 하더라도 저는 모든 것을 이해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제게 준 아들아일 생각하면, 당신에게 한없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때는 아일 키울 능력과 힘이 없어 포기할 어리석은 생각도 했었지만,
아이의 눈을 보면서 용기와 힘과 살아가는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도 우리의 아일 본다면 모든 것이 달라 질 겁니다.
제가 지금껏 그 힘든 가난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아이 덕분입니다.
쓰러질 듯이 괴로운 날 아이를 보고 있으면 뒤집기를 하고,
아장 아장 걸음마를 하며 "엄마" 하고 부르며 제 품으로 달려들어 제게 힘을 주는 아들입니다..
오년이라는 세월속에 훌쩍 커 버린 우리 아들 커가는 과정을 당신과 함께 나누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픔입니다.
여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욕하고, 손가락질한다 하더라도 저와 우리의 아들은 당신을 용서하고 영원히 사랑할 겁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돌아와서 아이에게 좋은아빠가 되어 주세요.
열심히 살려고 노력만 한다면 모든 친지 분들 그리고 당신을 믿고 돈을 빌려 준 모든 사람들이 용서 해 줄겁니다. 살면서..노력해서 진 빚들은 갚으면서 살아 갑시다.
여보.
가난은 그렇게 두려운 일은 아닙니다.
가난 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고, 가족이 함께 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지 않는 일입니다.
이제는 돌아와 우리 지난 과거는 모두 잊어 버리고...사랑으로 서로 이해 하며 노력 하여..열심히 살아갑시다.
이 깊은 밤. 저는 간절히 간절히 .당신이 꼭 돌아오길 기도 하며 기다립니다.
추신 : 가게상호와 제 이름만은 비밀부탁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