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니는 재밌어~~~~
- 작성일
- 2002.02.19 02:01
- 등록자
- 김영희
- 조회수
- 646
안녕하세요..늦었지만 새해 복 마~~니 받으세요^^
전 이번 설엔 정말 정신없이 보낸거 같아요.
3월에 마산에서 경주로 이사오는 큰언니와 같은 동네 사는 둘째언니,그리고 둘째언니집옆에 사는 하나뿐인 오빠때문인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2월 10일 친정어머니 산소에 갔었답니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께서 환갑되시던 날이었거든요.
돌아가신분도 환갑때엔 옷한벌 지어 산소에서 태워드려야 한다기에 멀리있는 형제들도 모두 모였습니다.
모든 식구들이 모여서 가다보니 승용차 3대가 터져 나가더군요.
토탈 18명이었으니 상상이 가시겠지요?
거의 시장바닥이었더랬어요.
전 어떻게 하다 큰언니옆에 앉아가게 되었답니다.
참 저희 친정은 원래 강원도에서 살다가 15년쯤 전에 아버지 고향인 경주로 이사를 와서 둘째언니아래로는 경주말씨로 다 고쳐졌는데 큰언니는 나이탓인지 아직도 강원도 토박이 말씨를 덜 고쳤더군요.
그 큰언니가 산소가는 동안 제 얼굴을 한참동안 말없이 쳐다만 보고 있다가
"간나야. 닌 뭘 (쳐)먹어서 얼굴에 기름이 잘잘 흐르나?"
갑작스런 질문에 너무 황당해서
"언니야. 내 뭐 먹고 그런거 없다. 언니는 무슨 말을 그래 하는데...."
그러자 큰언니는 또 한참을 들여다 보더니
"간나야. 그라믄 닌 뭘 얼굴에 (쳐)발라서 그래 기름이 잘잘 흐르나?" 그러더군요.
정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히더라구요.
"언니야. 내가 인제 30대 접어들었다 아이가. 아직 젊어서 그렇지 뭐."
그러자 큰언니는 제 말을 듣고는 잠깐 제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간나야."
"왜?????"
"좋겠다 젊어서" ...그러대요.
두분 우습죠? 누가 들으면 욕하는줄 알겠지만 원래 강원도 말투가 좀 그렇잖아요. 투박하면서 정감잇고.화난다기보단 얼마나 기가 막히고 우스운지 오랫만에 큰언니에게 고향사투리를 들으니 기분은 좋대요.
산소에 가서 술을 따르고 절을 하고 하니 생전에 어머니모습이 그리운나머지 언니들과 함께 한참을 그렇게 울기도 했지요.
그런데 어머님 옷을 태우려고 했더니 관리인이 산불난다고 못 태우게 하더군요.
어쩔수 없이 산을 내려와 집으로 오던 중이었답니다.
오빠차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퍽 하면서 택시가 들이받은 거에요.
얼마나 놀랫는지 온 식구들이 차에서마다 뛰쳐나와 우~ 에워싸니 이건 가족인지 구경나온 사람들인지 택시기사 아저씨가 더 놀래는거 있죠.
그런데 오빠와 택시기사아저씨는 잘 합의하고 있는데 말 잘하고 잘 끼어드는 둘째언니가 드디어 끼어들더니 "아저씨가 잘못했잖아요!"라고 침튀겨가며 열변을 토하다가 급기야 오바액션까지 보이는데 결국엔 오빠와 택시기사아저씨는 경주에서 조용히 따로 만나 마무리 짓기로 하고 온식구들이 매달려 둘째언니를 말렸답니다. 도대체 둘째언니때문에 시끄러워서 말을 못하겟다나요. 그 와중에 큰언니는 "옷을 안태워서 그래. 엄마가 화나서 이렇게 된거야. 다시 가서 태우고 오자" 라고 하더니 두손모아 산소를 향해 빌기 시작하는데...에고에고
정작 당사자들은 잘 합의하고 있는데 큰언니와 둘째언니때문에 온식구들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니까요.
그렇게 시끌벅적 요란하게 연휴를 보내고 큰언니가 다시 마산으로 내려가던날이었어요.
형부는 일때문에 바빠서 먼저 내려갔고 언니랑 조카들이 버스를 타고 가게 되어서 전 버스에 올라타는거 보고 돌아서서 오려고 하는데...
"간나야~~~ 이따가 니 얼굴에 (쳐)바르는 거 뭔지 전화로 가르쳐 줘야 돼~~ 알았지?~~~~"
연휴끝나는 날이라 버스터미널에도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제 큰언니는 그렇게 저에게 당부의 말 한마디를 남기고 마산으로 갔답니다.
물론 저녁에 전화해서 얼굴에 뭐(쳐)바르는지 가르쳐 줬지요. 40대라 그런지 늘 푸석푸석한 얼굴이 고민이었는데 제 탱탱한(?) 얼굴이 언니에겐 부러웠나봐요.
하여튼 재미있는 큰언니가 경주로 이사오게 되서 이제 저희 친정은 명절때뿐이 아닌 일년내내 시끌벅적하게 생겼네요.
두분 재밌으셨어요?
좀 거칠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얼마나 정감있는 말투인지 잘 아시고 오해없으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총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