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기 싫어요.
- 작성일
- 2002.02.20 02:37
- 등록자
- 김영옥
- 조회수
- 668
한동안은 많은 좋은일로 행복했었는데, 오늘은 무척 걱정스러워 잠조차 오지 않습니다.
겨우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좋은 이웃을 만나 처음으로 외국인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이웃도 사귀고, 자유롭게
"제가 중국인입니다" 라고 말하고, 겨우 친구도 사귀고 이웃을 사귀었는데.
낮에 부동산 중계소에서 다녀 간 뒤로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이사비를 줄테니 꼭 나가 달라고, 부탁 부탁하시고,
오늘 갑자기 닥친일에 걱정부터 앞섭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쉽게 이사비를 받아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이웃을 사귀면 그만이지만, 저처럼 좀 특별한 사람은 타인들의 시선이 두렵기에 또 중국인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말한마디 건네기 조차 힘이듭답니다.
간곡히 이사하길 원하는 주인아주머니를 보니 마음이 약해져 내일 당장이라도 집을 알아 봐야 하겠지만, 겨우 이곳에 와서 정들여 놓은 이웃과 사귀어 둔 친구를 뒤로 하자니 눈물이 앞섭니다.
저는 말주변도 별로 없고, 또 억센 억양과 정확한 표현법을 잘 쓰지 못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데..걱정입니다.
그 무엇 보다도
어디에 가서 이렇게 좋은 이웃을 새로 만나고, 좋은 친구를 새로 사귈까요?
낮에는 순간 닥친 일에 놀라서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답니다..
당장 달려온 친구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맺혀 있더군요.
"영옥아. 겨우 우리 정이 들었는데, 벌써 헤어져야 하나. 하지만 집이 아직 팔린 것도 아니고, 안 살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하는 친구의 진정어린 우정.
그 친구의 얼굴을 생각하니. 정말로 이사가기가 싫습니다.
오늘 저희집을 보러 왔던 그 사람은 저희집을 사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주인아주머니에게 미안하지만, 이집에서 딱 일년만 더 살았음 좋겠습니다.
남은 계약기간 다 채우고 전세기간이 끝이 나면 그 때 이사를 갔음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친구와 이웃들과 일년만 더 살다가 그 때 헤어지면 소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사가지 않을 좋은 방법 없을까요?
주인아주머니도 좋고, 저도 좋은 방법...
간곡히 이사가길 원하시는 주인아주머니의 눈을 생각하면 당장 이사를 가 드리고 싶지만,. 저는 정말이지 이곳에서 딱 일년만 더 살고 싶답니다...
잠이 오지 않는 깊은 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