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좀 봐 주라.
- 작성일
- 2002.02.21 17:27
- 등록자
- 김숙경
- 조회수
- 657
안녕하세요?
자기의 취향대로 바꾸어서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데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틈만 있으면 트집을 잡는 사람을 보았습니까?
듣다가듣다가 도저히 못 참고 머리 스타일 바꾼 이야기 좀 할게요.
저는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는 청순함의 대명사인 단발머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잘 보이려고 그러는지 학생같이 순진하고 예뻐 보인다면서 기분 좋은 이야기만 하였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으면서 서서히 자기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짧고 몸에 달라붙는 바지를 입으면, "돈이 없나?"면서 비꼬고,
또한 위에 흰옷이나 얇은 옷을 입어서 속옷이 비칠 때가 많이 있다 아닙니까?
그러면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눈요기시킬 일 있나?"하면서 위의 옷은 속옷이 비치는 옷은 절대 입지 말라고 성질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솔직히 어두운 색의 옷이나 눈이 혼잡할 정도의 무늬가 있는 옷이 아니라면 속은 조금 보인다 아닙니까?
그럴 때면 "이런 저런 옷 다 입지 말라하면 벗고 다니란 말이냐?"하면서 어떨 때는 티격태격 싸울 때도 있었답니다.
기분은 나쁘지만 어떡합니까.
이렇게 하는 모든 것이 나를 사랑하기에 자기 앞에서만 섹시해 보이기를 바라고 또한 나의 몸을 다른 사람이 훔쳐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싫어서 그러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하늘같은 서방님의 요구사항이었기에 들어 주었습니다.
사람이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싶다고 했던가요.
이제는 자기가 싫어하는 옷 같은 것은 안 입고 다니니 이제는 연애시절에 그렇게 청순해 보인다며 좋아하던 머리를 가지고 서서히 트집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일 전에는 친구들과 술을 한 잔 먹고는 술에 취해서 머리 스타일이 촌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취중진담이라고 했던가요. 평소에 얼마만큼 내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술이 취해서 까지 그런 말을 하겠습니까?
그래서 이 남자가 얼마나 내 머리 스타일을 바꾸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나를 생각하고 큰 마음을 먹고 변신을 하기 위해서 미용실로 갔습니다.
그래서 주인에게 요즈음 유행하는 뒤집어 지는 파마 머리를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주인에게 머리를 맡기고 눈을 감고 음악에 도취되어 깜박거렸습니다.
조금 지나니 다 되었다면서 마음에 드는지 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거울을 쳐다보니 생전에 처음 보는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요즈음 유행하는 머리로 확실히 변신을 했다는 만족감에 남편에게 자랑을 하려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머리 스타일 바꾸라고 그렇게 닦달이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
"거기 뭐고? 니 어디 술집에 나가나. 당장에 머리 원래 대로 해서 오너라?"하면서 성질을 팍 내어버리는 것이 아닙니까?
진짜 그 때 남편만 아니었으면 비 오는 날 먼지가 풀풀 나도록 한번 때렸을 것입니다.
아무리 성질을 내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떻게 합니까.
벌써 머리는 짧아져버렸고 또한 머리를 풀려면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래서 "니는 떠들어라. 나는 못 들었다."하고는 남편의 말을 무시해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남편이 너무 싫은 기색을 하여서, 정말 보기 싫어나 하고 혼자 몰래 방에 들어가서 거울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머리가 잘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머리를 자랑하느라 아파트가 조용할 날이 없답니다.
"자기야 다른 사람들은 모두다 내 머리 예쁘데, 자기도 좀 예쁘게 봐 줘라 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