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빠의 생일날
- 작성일
- 2002.02.21 22:24
- 등록자
- 서학자
- 조회수
- 697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고 벌써 밤입니다. 아이와 아이아빠가 자는 모습을
보니 오늘 하루도 아무 탈 없이 지나갔구나 행복한 생각이 듭니다. 며칠전
일을 생각하면 오늘 딸아이가 과자 사달라고 졸라대고, 만화를 보자 하고
가위로 이것저것 잘라 나를 놀래키는 일들도 모두가 감사하게 생각될
따름이예요. 저번 일요일은 아이아빠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날의 계획은 아침은
그냥 가볍게 집에서 먹고 오후에는 시내를 활보하며 시간을 보내고 저녁은 외식하러
가기로 하였답니다. 아침을 먹고 집안 청소를 하고 나니 12시 남편이 목욕탕에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서려하자 현지는 아빠 혼자 목욕탕에 간다며 울음을
터트렸고 남편은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꿋꿋하게 집을 나섰습니다
저는 함께 스티커 붙이는 놀이를 하자, 그림을 그리자 여러 가지로 현지를
달랬지만 소용이 없더군요.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슈퍼에 가서 껌을 사먹자고
하니 울음을 그치더라구요. 분홍색 체육복에 노란 잠바를 입혀놓고 신발을 신으라
하고는 저는 현지에게 말을 했습니다. " 현지야 슈퍼에 병도 가져다 주어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 응, 알았어. 엄마. 빨리 나와" 현지의 대답에 재빨리
봉투에 병을 담아 현관 앞에 기다리고 있을 현지에게로 왔더니 세상에 문은 활짝
열려있고 아이가 없었습니다.벌써 밖에서 기다리나 싶어 재빨리 아파트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놀이터에도 없고, 자주 놀러 가는 옆 통로의 친구 집에 놀러갔나
싶어 소리쳐 불러 현지가 왔나 물었더니 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순간 겁이
나고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친구는 계단을 내려와 아파트를 다 돌며
현지를 찾았고 저는 수퍼에 갔나 싶어 수퍼로 뛰어갔지만 아이라고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말에 수퍼를 나오며 울먹이는 소리로 현지를 불렀습니다.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말에 저는
소리내어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온 친구에게 집 열쇠를
주며 우리집에 한 번 가달라고 하고는 저는 다시 현지를 찾아 시장 안으로
갔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뛰어가며 저는 마음속으로 현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저를 한없이 원망하였습니다.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현지를
잃어버리지 않았을 텐데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시장 안에 가 놀이터에도
가보고 문구점 앞에도 가 보았지만 현지가 없어 울면서 아파트 앞으로
왔습니다. 친구 역시 아파트 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울면서 경찰에
신고를 해야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차를 타고 한번 동네를 다시 돌아
보자고 이야기하며 친구는 아파트 입구로 가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저에게
소리치더라구요. " 현지 무슨 옷 입고 갔는데? 혹시 노란 잠바 입혀서 보냈나?"
" 그래, 혹시 현지 거기 있나?" 저는 아파트입구로 달려갔습니다. 시장으로
향하는 길 앞에 치킨 집이 하나 있는데 그 앞에 현지가 서있는 겁니다. 친구는
달려가서 현지 엉덩이를 때렸고 저를 보는 순간 현지는 엉엉 소리내어 울음을
터트리더군요. 저는 현지를 안으며 야단을 쳤습니다. 혼자 집을 나가면
어떻 하냐고, 앞으로 혼자 나가면 혼난다고 울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현지 역시
울면서 시장 안에 갔는데 엄마가 없어서 그냥 왔다고 하는 거예요.
우리 둘은 그렇게 안고 울면서 집에까지 왔고 한참을 제 품에서 울던 현지는
잠이 들었습니다. 저는 현지가 시장까지 혼자 갔다 왔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현지를 혼자 어디 내보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다행 인 건 현지는 저와 자주 가던 그 길대로 갔다가 그대로 집에 돌아온 겁니다.
저 역시 시장에 갔었는데 길이 어긋난 모양이었습니다. 온 동네를 울면서
현지를 찾아다녔는데 나에겐 그렇게 길던 그 시간이 40분이 안되더라구요.
조금 후에 돌아온 남편은 빨간 나의 눈을 보고는 왜 그러냐고 묻더군요.
이야기를 듣고는 남편은 잠자는 아이를 쓰다듬으며 다행이다 그 말만
하였습니다. 만약 현지를 찾지 못했다면 남편의 생일은 영원히 없을 뻔했습니다.
그리고 현지는 혼자서 엄마를 찾아다니느라고 고생을 해서 지쳐서인지 종일
잠을 잤고 저역시 너무 놀랐던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아 한참을 방에 누워있
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남편과의 외식은 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지나가버렸습니다. 지나고 나니 남편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생일에 미역국도 끓여주지 못했으니까요.
그리고현지는 그날 찬바람을 많이 쐬어 저녁에 열과 기침을 하는 바람에 병원에
며칠간 다녀야 했답니다. 전에는 현지를 혼자 놔두고 집안일들을 하느라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현지와 많이 놀려고 하고 현지가 자는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