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쓰는 편지
- 작성일
- 2002.02.22 14:58
- 등록자
- 현주엄마
- 조회수
- 731
저는 십이년 전 스물 네 살의 나이에 첫 번째 남편을 결혼 삼 개월만에 사별 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떠나 보내 버린 남편을 그리워 하며 몇 년을 힘들어 하던 제게 친척분은 재혼을 권했습니다.
첫 결혼에 아픈 상처 때문에 다시는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며 몇 번이나 주선한 자리를 피했더니 친척분은 남편을 제가 운영하던 가게로 데리고 왔더군요.
남편은 저보다 열 살이나 많았고, 또 힘든 일을 많이 한 탓에 더 나이가 들어 보였고, 말 주변이 없었고, 저 역시 재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어서 빨리 가게에서 나가주기만을 바랬는데.
남편의 드문 드문 천천히 한마디를 하였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람하고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어린 자식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 사람 참 착한 사람이구나' 싶어 남편에게 마음으로 감동을 하고 마음의 문을 열고 남편을 대했습니다..
남편과 짧은 교제 후 저는 두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처음 아이들을 만나던 날,
하늘이 맺어주는 부모자식간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통하였습니다.
두 아이들을 보는 순간 제가 낳은 아이처럼 느껴졌습니다..
초등학생인 예쁜 딸 현주, 세 살난 현수
금새 "엄마" "엄마" 하며 따르는 두 아이가 좋아 남편과는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고,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그냥 그렇게 살림을 합쳤답니다.
결혼 후 아이들 엄마의 첫 제삿날 사진을 보며 저는 마음으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현주엄마, 제가 현주,현수 잘 키울 테니. 걱정 마시고 편안히 하늘에서 지켜 보세요.'
두 아이를 위해 저는 제 아이를 낳치 않았습니다. 혹시 현주와 현수를 향한 제 마음이 변할까봐서....
그 마음을 안 착한 두 아이들은 제게 더 착한 자식들이 되어 주었습니다.
딸아이는 예쁘고 착하게 자라 주었고, 아들아이는 씩씩하게 건강하게 잘 커 주었습니다.
딸아이는 딸이라기 보다는 친구라고 말해도 좋을 어른스러워 남편과 부부싸움을 할 때 마다 함께 남편 흉을 보는 친구입니다.,
아들아이는 항상 듬직하여 제 마음을 든든하게 해 준답니다.
재작년까지는 아무런 걱정 없이 남부럽지 않게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는데 저희가족에게도 아픔의 시간이 왔습니다.
남편이 운영하던 샷시 가게가 거래처의 부도로 함께 부도가 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희가족은 집도 잃고, 가게도 잃고 모든 것을 잃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어려운 가정생활을 지켜보던 딸아이는 작년에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합격을 하고도 제 몰래 대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해 버렸습니다.
작년에는 빚 독촉이며. 갖가지 어려움에 힘이 들어 딸아이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새벽으로는 우유도 배달 하고, 낮에는 식당에서 하루종일 일을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꼭 딸아이를 대학에 보낼려고 마음 먹었는데 올해도 감사히 대학합격이라는 기쁨을 딸아이는 제게 안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딸아이는 서울에 자취방을 알아보러 갑니다.
함께 가서 이것저것 알아 봐 주고 싶은데 함께 가주지 못해 걱정스럽습니다.
어린 딸아이 혼자 서울로 보낼 생각하니 걱정스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가는 길이니 자랑스럽답니다.
남편도 얼마전까지는 술로 많이 힘들어 하더니
요즈음은 이곳 저곳으로 경비자리며 작은 일들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살아가다 보니 많은 날들을 만납니다.
어떤 날은 온통 고통으로, 아픔으로, 슬픔으로만 가득한 하루를 만나고,
또 어떤날은 기쁨으로 감사로 행복으로 가득한 하루를 만나고
앞으로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오직 감사로만 하루를 맞이 해야 겠습니다.
자꾸 좋은일이 생길거다. 생길거다. 하는 희망과
가진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하루 하루를 살다 보니. 고되고 힘든 하루가 즐겁답니다.
지금 저는 마음으로 또 빌고 있습니다..
우리 딸에게 좋은집, 학교와 가까운 집, 공부하기 자취집을 구하게 해달라고..
앞으로도 남은 인생을 아이들에게는 좋은엄마로 남편에게는 착한 아내로 살아갈 겁니다.
십년 전 하늘에 있는 아이들 엄마와 한 약속.
제 마음으로 한 그 약속...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그 약속을 평생을 잘 지키며 살아 갈겁니다.
그 분도 하늘에서 저희 가정을 도와 주리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