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밤에
- 작성일
- 2002.03.07 01:54
- 등록자
- 김미영
- 조회수
- 646
반가운 봄비가 대지를 적시는 3월의 어느 날 어머님께 제 마음을 전하는 글을 올립니다.
처음 어머님 뵙던 날, 결혼식 날, 신혼여행 다녀와서 인사가던 날 ... 특별한 날들이 바로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네요.
자취하는 아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일요일 한번씩 시간내서 오실 때마다 보따리에 밑반찬이며 먹거리를 갖다 나르셨죠. 시골에서 힘들게 키우신 아들을 결혼시키고 어머님은 몸살이 나서 저희들 신혼여행 돌아오는 날에도 누워계셨죠. 그 때는 솔직히 섭섭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늘 가슴속에 묻고 사는 도련님 생각 때문인 걸 알 수 있어요.
어머님을 알게 된 지도 6년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서로 떨어져 살고 멀다는 핑계로 자주 뵙지도 못하다 보니 아직 잘 알지 못하죠. 처음에는 어머님의 말투, 눈빛, 표정에 저의 싹싹하지 못한 성격까지 괜히 주눅들고 왠지 편하지 못했어요.특별히 야단을 치신 적도 없는데 그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거리를 두며 지내왔어요. 어느새 미운정 고운정 들면서 어머님의 말투, 행동까지 닮아가는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어머님의 후다닥 일처리 능력, 막힘이 없는 성격은 아직 덜 닮았죠.
바닷가가 고향이고 혈액형도 B형, 같은 정씨 집안의 여자 등등 찾아보면 공통점도 많죠. 저도 며느리이자 언젠가는 시어머니도 될 거구요.
재작년 아버님 돌아가시고 어머님 혼자 더 힘드시죠?
저는 어머님 맹장수술해서 며칠 시골 가 있는 동안에도 갑갑하기도 하고 무서워서 못 살겠던데 그 곳에서 얼마나 적적하세요?
요즘엔 시대가 바뀌어 며느리 시집살이 한다고 하지만
자식들에게 안 기대고 힘 있을 때 움직이시는 것도 좋지만 너무 자식생각만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 필요할 땐 신세도 지고 서로 기대고 사는 게 가족이잖아요.
어머님 몸부터 생각하시구요 절약도 좋지만 맛있는 것도 어머님 먼저 챙겨 드시구요.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제 자식을 키워보니 실감납니다
자식한테 하는만큼 부모님께 행한다면 모두들 효자 소리 듣겠죠.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 자주 뵙지는 못해도 전화 자주 드리고 더 잘할께요 누가 뭐래도 하나뿐인 며느리잖아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어머님 만큼은 안 되겠지만 저희도 항상 어머님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혹시 선물 주실 때 문화상품권이나 파리바게트 상품권이면 더욱 좋겠습니다(아줌마 화장할 일도 별로 없구요 가족사진은 벽에 걸려 있어요. 고르는 즐거움 실속있는 상품권이 좋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