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반지....
- 작성일
- 2002.03.08 01:34
- 등록자
- 정연주
- 조회수
- 651
지금은 새벽 1시...
이 야심한 밤에 왠일이냐구요?
신랑과 6개월된 우리아가가 한밤중으로 골인한
이 시간이 이렇게 두분께 편지글도 띄울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네요
내무부장관인지라 낮에도 시간은 많지만
우리 도경이가 낮잠을 깊이 못자는 관계로
이렇게 새벽녘에서야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네요
요즘도 밤에 젖을 자주 찿아서리 후딱 소식 전하고
아가옆에 누우렵니다
2월의 마지막날 친정을 갔더랬어요
이번설에도 3월초에 아빠 생신이 있어
그때 내려가마하고 못내려갔었거든요 애기가 생기기 전에는 차가 몇시간이고 밀려도 친정에 바로 내려갔었는데 그 밀리는 차속에서 애기가 고생할걸 생각하니 생각이 달라지더라구요
신랑이 퇴근하기 무섭게 간단하게 저녁을 챙겨먹고
우리는 진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삼일절이고 토요일은 하루 신랑이 휴가를 내고 룰루랄라 석달여만에 오르는 고향길이라 얼마나 마음이 부풀어 오르던지요
친정이 하루에 버스가 9대 들어오는 시골인지라 엄마가 시내한번 나가기가 번거로울까봐 우리는
내려가는 도중 마켓에 들러 생필품이며 과일이며
새벽녘에 일찍 잠을 깨시는 아버지를 위해
군것질거리도 푸짐히 준비해서 차에싣고서 힘차게 달렸습니다
올해 아버지는 예순한번째의 생신을 맞으셨습니다
허약체질이여서 또래보다 한참이나 나이들어보이시는
아버지를 뵈니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습니다 늘 무뚝뚝해서 멀리 시집간 저에게도
특유의 경상도남자들처럼 따스한 말 자주 건네지는 못해 내심 섭섭해하던 저였지만
큰아버지,그리고 삼촌 두분마저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시고
늘 외로워 하시던 아버지를 저 또한 살갑게 아버지를 대하지 못한것같아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요
아버지의 생신상은 가까이 사는 친지들을 모시고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지라 다들 이야기 보따리를 푸느라 분위기는 무르익어갔습니다
일흔여섯의 고모는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남동생생각이 나서인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셨지요
아버지는 젊었을때부터 집안형편으로 남의집살이를 하며 어렵게 살아오셨습니다 그래서
근사한 결혼사진이 아닌 아버지는 남루한양복, 엄마는 빌려입은듯한 한복을 입고
대신한 몇컷의 사진만이 빛바랜 앨범에 남아 어색한 웃음을 자아내고 있더군요
두분의 손엔 그흔한 반지하나 없이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오빠랑 동생이랑 돈을 모아
아버지의 허전한 손가락을 대신 채워줄
제법 묵직한 반지를 선물했습니다
그 반지를 받으시고 말로는 농사지으면 이렇게 좋은 반지는 다 필요없다 말씀하시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잔잔히 번지는걸 보니 육십평생 처음 끼어보는 반지가
어색하면서도 좋으신가 봅니다..우리 형제들까지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늘 술과 담배를 가까이하던 아버지셨는데
그래서 어린시절 아버지를 참 많이도 미워했던 저였지만 주름이 깊게패여 내앞에 앉아 계시는 당신을 바라보고있자니 괜시리 눈앞이 흐려집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허리한번 못펴고
비닐하우스일에 벼농사에 참 많이도 고생한 당신....
그이름은 아버지...
이번에도 애기있다는 핑계로 비닐하우스 일도 거들지 못하고 올라왔는데 죄송스럽네요
농사지은 딸기며 고추등등 꾸러미 가득 뒤트렁크에 가득실으주시며 건강하라는 말도 잊지않으시던 아버지,어머니 우리 차가 고갯길을 따라 저만치 보이지 않을때까지 두손을 흔드시던 두분의 모습에 좀더 잘해드려야지라는 맘이 간절해지더군요
부모님의 마음은 그런가봐요 하나라도 더 자식에게 주고싶은 그 마음,행여나 무슨일 있을까봐 노심초사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시며 농사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셔서 멀리시집간딸 생각에 수화기로 그목소리를 대신 들려주시는 그마음... 저도 그렇게 닮아가겠지요
쌔근쌔근 좋은꿈이라도 꾸는건지 슬쩍 웃어보이는 아들을 바라보며 친정부모님이나 시댁어른들이나 모두가 같은
내부모다 생각하고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해주지는 못해줄망정 마음적으로나마 편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가만히 해봅니다
박용수 김경희씨
도경이가 이리뒤척 저리뒤척이는걸 보니
엄마젖을 찿는가봅니다
그럼이만 총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