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
- 작성일
- 2002.03.08 23:24
- 등록자
- 안 길정
- 조회수
- 670
처음 당신을 만났을때 사랑만 하다 죽고 싶었습니다. 그래! 이 남자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오로지 사랑만 하다 한날 한시에 두 손 잡고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당신이 네게 하얀 쪽지 한장을 내밀며 하는 말 "당신! 제일 좋아하는 거 여기 있어" 한마디 하고 출근을 했지요. 난 무심코 그 쪽지를 보고 주저 앉아버렸지요. 그건 다름아닌 월급명세표였지요.
어쩌다 내가 당신에게 돈을 좋아하는 여자로 보여버렸는지 언제나 생각은 돈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당신과 아이들 내 곁에 있음에 난 아무것도 크게 욕심내지 않겠노라고 생각은 여전했는데 행동은 아니였는 거 눈치채어 버렸는지 당신이 말하고 떠난 그 자리에서 난 얼마나 내 자신이 초라해 보였는지 ....
내 나이 마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정쩡한 나이에 그래도 마음은 빛나던 20대 초를 벗어나지 못해 밤 늦게 좋아하는 노래 동행 풀잎사랑을 부르며 혼자서 춤을 추어보기도 하는 낭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도 당신이 느끼기에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군요. 정녕 당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돈 앞에서 언제나 당당하게 당신만 있으면 된다고 늘 큰소리 치고 싶었는데 난 고상하게 없어면 두끼먹고 그래도 웃으며 사랑을 논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나도 현실에 발을 디디고 내 아이들 한자라도 더 가르키고 내 집 내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는지 오늘은 많이 변해버린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군요. 혹시나 내가 당신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척 하면서 더 교묘하게 당신을 돈 벌어 오라고 내 몰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혹시나 당신! 쓸쓸하게 하지 않았는지 ....오늘에사 당신의 흰머리도 눈에 들어오고 굵게 주름잡힌 얼굴도 보이고 정말이지 많이 미안합니다. 난 결혼할 때 당신의 따뜻한 마음만 보았노라고 수없이 고백해 놓고, 이 험한 세상에 당신 혼자 돈 버느라 얼마나 수고했을지 난 또 그 돈을 얼마나 좋아했을지 당신 눈에 보이는 내 모습이 그랬다면 정말이지 죄송합니다. 이제 다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 당신을 사랑만 하고 싶습니다. 현실감이 좀은 떨어져도 남은 사랑 불 태우고 싶습니다. 사랑은 태워도 태워도 끝나지 않는 영원한 것이리라 믿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오로지 당신은 사랑만 하다 갔노라라고 기억되는 여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 밤 이마음 간절하오니 거절하지 마시고 내 사랑 받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