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약속.... ^^
- 작성일
- 2002.03.10 15:49
- 등록자
- 윤정숙....
- 조회수
- 676
얼마전 입니다.
아들녀석이 여자친구를 사귄지 1000일이 되는 날이라면서 이쁜 아가씨와 함께와서,
"오늘 같은 날 밤은 엄마하고 맥주한잔 꼭 나누고 싶다" 며 한잔 가득히 따라주는 맥주를 받아먹으며, 나는 참 좋은 시절이라고 생각되더군요.
그리고 저도 이제 멀잖아 시어머니가 된다는 현실과 장래 화목한 가정을 이끌기 위해 했던 많은 생각은 잊혀진 줄로만 알았던 까마득한 옛기억까지 더듬게 했습니다.
"음 여자가 갖추어야할 삼씨가 뭐라고 하드라....?"
음식솜씨, 바느질 솜씨, 그 다음은 맵씬가....?
가물거리는 기억 저편에서 아버지의 솜바지 저고리를 꿰매시며 채 열살도 안된 저에게 바느질을 가르치시던 엄마와 오빠가 주고 받던 대화 한토막을 동화같이 들었습니다.
옛날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 동갑나기인 두처녀가 있었는데 한 처녀는 자태도 이쁘고 음식솜씨도 좋고 바느질 솜씨 또한 고와 어느 가문에 시집가도 칭찬 받을 거라며 모두가 탐을 냈는가 하면, 친구 처녀는 말괄량이 기질에 성격은 천하태평이라 시집가면 석달도 못살고 쫓겨올거라고 미리 걱정이 대단했대요.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손끝 야무지다고 칭찬받던 처녀는 시집가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히고 눈물이 마를날 없는 고달픈 시집살이를 하고, 석달도 못살거라고 하던 처녀는 말썽없이 잘살아 친정와서도 느긋하게 쉬어 갔대요.
수년이 지나고 친정와서 함께 만나게 된 둘은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시부모눈에 잘 보이는 비결을 물었대요.
그러자 천하태평인 친구말이,
한번은 큰 가마솥에 삶을 빨래를 안쳐 장작불에 지펴두고 애기 젖먹인다고 누워 잠이 들어 빨래 한 솥을 다 태워 버리고 정말 이번엔 쫓겨나나 보다고 훌적거리고 우는데, 들에서 돌아오선 시아버님 말씀이,
" 쯔쯔! 내가 나무를 너무 많이 해말려 두어서 그렇구나. 너의 잘못이 아니다...."
라고 허허 웃으시며 옷도 귀했던 그 시절에 그 큰 실수를 덮어주며 열가지 흉을 다 묻어 주더랍니다.
철없었던 날의 옛 기억이 이렇게 선명히 되살아 나는건 앞으로 제가 풀어야할 과제이며, 효자도 반은 부모가 만든다는 걸 실감하게 한 것이 아닐까요....?
귀머거리 3년, 봉사되어 3년, 벙어리로 3년 옛날 여자들 시집살이가 이렇게 석삼년을 살아도 끝이 안보였다니 얼마나 가혹했을지....
"배워서 버리기는 쉽지만 생나무 꺽기로 뼈마디가 굻은 뒤 배우기는 더 힘든다." 고 늘 염려하시던 엄마의 걱정이 은연중 가슴에 새겨졌기에 저역시 살얼음판을 걷는 그 모질고 독한 시집살이를 이겨낸 것 같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말 못할 고생을 참 용케고 이겨 내온것 같구요.
너무 배움이 부족한 저이기에 지성을 갖춘 현대 시어머니상을 따를 순 없겠지만, 서럽고 억울했던 지난날을 거울삼아 아끼고 염려하는 마음을 바탕에 두고, 말한마디에도 상처내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을 자신과 이 글로 다짐합니다.
이야기가 너무 빙 돌아서 요점을 놓칠뻔 했네요....
사실은 3월 14일이 아가씨 생일이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