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아줌마 대학생
- 작성일
- 2002.03.14 04:43
- 등록자
- 김신애
- 조회수
- 702
안녕하세요?
박용수 김경희씨.
자주 라디오 방송으로 두분을 만났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처음입니다.
유쾌하고, 신나고..또 감동이 있고, 정보가 있는 즐거운 오후2시의 왕애청자 김신애입니다.
저는 요즘 1인3인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두아이의 엄마 한남자의 아내 그리고 서른이 넘은 늦깍이 아줌마 야간대학생입니다.
중학교 3학년때 갑자기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대학을 꿈꾸었던 저는 어쩔 수 없이 상업계로 진학을 하였습니다.
90년도에 동지여자상업고등학교(방송용으로 D여상)을 졸업하고 바로 제 2연관 단지내에 있는 포항제철 자회사(방송용으로 P회사)에 취업을 하였답니다. 그리고 곧 멋진 지금의 남편 만나서 결혼 했답니다...
지금은 결혼 7년차 주부...
여상을 졸업하고 12년 동안 제 가슴에는 항상..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나에게 다시 공부할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남편 몰래..준비 준비를 해서 작년에는 수능을 치르고,..대학원서를 이곳 저곳 내어 보았습니다.
원하던 대학은 아니었지만, 경주에 있는 4년제 대학에 합격을 하고,...
뿌듯하게 남편에게 합격했다고 말을 했더니..
어~~~휴 제 남편 놀래서....
"여보...진짜가? 당신이 진짜로 대학교에 합격을 했나? 신기하대...
일단 축하한대이..."
하며 축하를 해 주더니..
"근데..우리 아이들은 우짜고, 집안살림은 우짜고,...당신이 학교 가노? 그라고..경주까지 학교를 어떻케 다니노? 등록금은 우냐노?"
하는 겁니다. 순간 찬물 한바가지 뒤집어 쓴듯이
저는 현실로 돌아 오더군요.
제가 12년동안 꿈꾸어 왔던 대학생이 되는 건만 생각했지.
아이들 문제며. 집안일. 또 현실적인 돈 문제 바로 등록금 이런 것은 막연히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만 했거든요.
남편이 말해주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니.. 제가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에 힘이 하나도 없어지고..기운이 팍 빠지더군요.
힘이 없는 저를 며칠 지켜본 남편이 어느날 제게
"당신. 우리 냉정해지자. 나도 진심으로 당신 공부 하는 거 좋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우리형편으로, 내 월급으로 당신공부 시킬려면 많이 무리다.
특히 두돌박이 우리 주희는 우냐노?...벌써 놀이방 보낼끼가?
그리고, 우리집에서 반대가 심할끼다.
이런 저런 문제들을 생각해 본 결과...
당신 마. 요기 가까운 포항전문대 야간으로 가라(P전문대) 그럼 내가 퇴근해 와서. 우리 주희도 돌봐주고, 집안살림도 좀 도와주고,
입학금은 무슨일이 있어도 내가 해결 해줄게..
대신 2학기 등록금 부터는 당신이 알아서 해라. 장학생이 되던지...아르바이트를 하던지...더이상은 나는 모른다"
하더군요.
저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어요.
어렵게 준비해서 수능까지 치루었는데...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했는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는 말처럼.
남편이 저를 도와주기시작하더군요
제 남편 요즘 저녁 6시 되면 꼭 집에 와서 세 살난 주희를 보고, 집안일도 많이 거들어 준답니다.
진짜...힘든일인데...항상 웃으면서..벌써 열흘째 잘하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어. 남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 결혼생활 7년 함께 살면서 저희 부부에겐 힘든일이 많았어요.
그 때 마다 제게 힘이 되어준 남편.
그 모든 힘든 날들을 남편과 함께 였기에 견딜 수 있었고,
또 함께 였기에 힘든줄 모르고 살아 왔습니다.
저는 언제나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 가지며 살고 있답니다.
지금...공부 할려고 새벽같이 일어 났는데..
제 책상위에 어젯밤 남편이 작은 사탕 두 개를 가져다 놓았네요.
그리고 작은 편지도 있어요
박용수, 김경희씨 편지내용 궁금하시죠??
내용은요...
"여보. 화이트데이길래 눈깔사탕두개 선물하오.
열심히 공부 해서 다음학기에는 꼬~~~옥 장학금 타길 바라오...
나는 공부 못하는 아내는 싫소"
호호호.....
짧은 편지 읽고..감동해서...제 마음에 쓰는 편지에 제가 노크를 한답니다.
꼭 채택되어....남편을 기쁘게 해 주고 싶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