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금연
- 작성일
- 2002.03.28 20:23
- 등록자
- 김정숙
- 조회수
- 604
오늘도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퇴근한 남편은 집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물을 찾았습니다.
벌써 이것이 거의 두 달째나 된 일입니다.
무슨 일이냐구요?
지금부터 말씀드리려 하는 것이 바로 이일입니다.
작년 시월 초순이었습니다.
어느 날의 저녁 식탁에서 갑자기 남편은 금연을 선언하더군요.
그때까지는 하루의 끽연량을 정확히는 모르나 엄청 피워대던 남편이 금연 선언을 하길래 솔직히 말해 "또 그러다 말겠지" 하였던 것이 그 당시의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말이죠? 사실 그 전에도 남편이 금연시도는 많이 했었습니다.
"담배 사 놓은 거 이거만 다 피우고 이젠 끊어야지"
"추석 지내고 나면 끊어야지"
"라이타 개스 이거 다 쓸 때까지만 피우지 뭐"
그 외에도 숱한 이유와 명분을 갖다 대면서 금연을 시도했었고 시행도 하더군요.
그러나 남편의 참 의지가 따라 주지 않았던 그러한 마음과 행동들은 공염불 그 자체였습니다.
작심 삼일이 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을 겁니다.
그랬던 남편이 금연 선언을 한 것이었지요.
그렇게 남편의 금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참으로 힘들더만요.
물론 남편도 힘들었지만 저희 가족까지 아니 저조차도 힘들었습니다.
주위의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도 남편의 짜증은 심해지고…
금단 현상 때문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지켜보는 저도 참으로 힘들더군요.
오죽 했으면 "차라리 담배 피우세요" 라는 말까지 했을까요.
그렇지만 남편은 담배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더군요.
그렇게 만 넉 달을 넘기고 다섯 달째로 접어들 무렵의 지난 이월.
남편은 체중이 자꾸 불어난다면서 운동을 좀 해야 되겠다고 하더니만 하루에 한 번씩은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 다니기를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한시간 가까이 걸리더니만 요즘은 "오늘은 몇 분에 주파했다면서…" 기록 단축을 위해 거의 뛰다시피 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집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물을 찾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뿐이 아니랍니다.
남편이 운동을 시작한 그 이후로 휴일은 간단히 도시락을 싸서는 베낭 하나 짊어지고 산으로 향하는 것이 이제는 남편과 저의 에누리없는 주간 행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담배끊으면서 운동해서 좋고 저는 휴일은 남편과 같이 하게 되니 요즘은 옛날 연애할 때의 그런 기분도 잠시 잠시 든답니다.
게다가 환절기만 되면 감기가 끊일 줄 모르던 남편도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감기도 이젠 그냥 건너가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집안에서 냄새가 나지 않아 좋고 담배 값 들지 않아서 좋구…
이외에도 숱하게 나열할 게 많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담배로부터 해방이 되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세상에서 좋아하던 것과의 절연,
어쩌면 사는 낙의 하나이기도 했을 끽연·음주를 접고 금연하고 금주를 하는 사람들에게 혹자들은 흔히 이런 말도 합디다.
"담배와 술이 몸에 않받으니? 몸이 않좋으니? 끊는 게 아니냐" 구요?
그런 이들도 더러는 있겠으나 제가 생각하기엔 이 말은 끊기 싫은 사람들의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말일뿐입니다.
정말 백해무익한 끽연!
청취자 여러분들도 한 번 금연을 시도해 보시고 권유해보세요.
마음 적으로 얻는 것도 꽤나 된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이 금연을 시도하고자 하는 여러분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ps:모정의 세월 티켓은 정말 주시는 거 맞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