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꽃향을 가진 선생님
- 작성일
- 2002.04.03 11:45
- 등록자
- 김경석
- 조회수
- 690
안녕하세요?즐거운 오후 2시 관계자 여러분
봄개편을 축하합니다 요며칠은 날씨가 완연히 여름날씨죠 일교차가 심하니 두분 감기 조심하세요 제가 요즘 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거든요.
나른한 날씨 때문인지 옛날 선생님 생각에 이렇게 문을 두드립니다.
초등학교 때 나는 산을 두 개나 넘어서 학교에 다녔다.농사를 짓는 부모님은 내 공부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으셨고 나 또한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꿈이나 미래.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느낌보다는 라면 부스러기에 더 관심이 있는 아이였다. 그런 내게 사랑을 알려 주신 분이 있다.
6학년 초의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한다고 하셨다. 나는 얼른 집에 돌아가 구석구석 청소하고 선생님이 오실 시간에 맞춰 들에 나가신 부모님을 모셔왔다. 특멸히 대접할 음식이 없었던 어머니는 잔뜩 죄송한 얼굴로 발그스름한 삶은 고구마를 내놓으셨다. 다음날 운동장에서 만난 선생님은 "경석아 고구마 너무 맛있었다"하며 내게 말을 걸어오셨다. 유난히 수줍음 많고 부끄럼이 많던 난 선생님의 그 말에 얼굴을 붉혔다. 누군가 내게 관심을 가져 주는 느낌을 처음 받은 나는 기분이 야릇했고 금세 선생님이 좋아졌다. 사택에 혼자 사시는 선생님께 뭔가 해드리고 싶었던 나는 다음날 우리 밭에서 뽑은 어린 배추 한 단을 사택에 몰래 가져다 두었다. 또 다음 날은 엄마가 꺾어 오신 고사리 한 묶음을 갖다 두었다. 며칠 뒤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는지 나를 교무실로 부르더니 공책 세 권을 주면서 말씀하셨다."경석아, 선생님
사택 청소할건데 좀 도와줄래"나는 하늘에라도 오를 듯 기쁜 마음을 가슴 깊이 숨긴 채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집에 왔다. 다음날 나는 수업이 끝나고 홀아비 선생님 냄새로 가득한 방을 청소하고 담궈 놓은 그릇도 깨끗이 씻어 엎어 놓았다.선생님이 주신 공책을 아껴 쓰며 공부도 열심히 했다. 선생님을 위해 하는 일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칭찬하면서 건포도 한 줌을 내 주머니에 슬쩍 넣어 주기도 하셨다. 어느날부터 선생님은 일기 검사 때마다 내 일기장 귀퉁이에 내게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을 많이 써주셨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문제를 일기장에 적어 두면 선생님이 빨간색 볼펜으로 긴긴 설명을 써 놓거나, 사택에 청소도와 드리러 간 나를 선생님은 앙증맞은 앉은뱅이 책상 앞에 앉혀 놓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그때부터 그렇게 싫던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웠고 공부가 재미났다. 물론 성적도 올랐다. 난 아마 그때 나의 꿈을 선생님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선생님같이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 겠다고...
나는 지금 선생님이 아닌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교육의 기본은 사랑"이라는 진리를 깨우쳐 주신 선생님의 가르침은 사회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봄 햇살을 머금은 진한 라일락향을 가진 선생님의 진정한 가르침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따르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옛날 선생님 생각에 적어 보았습니다. 오늘 따라 화단에 핀 보라색 라일락 향이 너무 진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