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쓰는 편지
- 작성일
- 2002.04.11 03:49
- 등록자
- 영
- 조회수
- 674
지난 가을 이 후 자취를 감추었던 푸른 빛깔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마른 땅에서 파아란 새싹들이 돋아 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다는 생각에 괜시리 가슴이 설렌다.
어린시절부터 나는 봄이 좋았다.
내가 봄을 좋아하는 이유는 매서운 추위 뒤에 오는 따스함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또...
푸른 잎을 피우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봄꽃이 있어서 좋다.
올 봄 나는 어느해 봄 보다 더 많이 성숙한 내 모습을 발견했다.
오늘 낮에는
황사가 지나간 밝은 햇살아래서 거울을 쳐다 보았다.
거울속에 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2년 6개월 전
첫아들 한이를 낳고 부터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낙담한 얼굴을 하지 않고 항상 웃을려고 노력한다..
내가 조금이라도 안색이 좋지 않으면 남편은 어쩔줄 몰라..안절부절이고,
작은 내아들 한이의 웃음소리가 금방 집안에서 사라져 버리기에...
그래서 난 환하게 웃는다..
환하게 웃는 거울속 내 모습 뒤에는 보이지는 않치만 큰 아픔이 있다.
언젠가부터 그 아픔을 나는 감사로 받아드렸다.
그 아픔이 있었기에 타인의 아픔도 알고, 겸손도 아는 그런 철이 난 어른이 되었다.
아픔과 고통을 당해 보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함을 부여 하지 못하고,
더 많은 물질을 갖기 위해 노력 하고 있을 것이다.
부모님들의 도움으로 부유한 유년 시절을 보낸탓에....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고, 화끈이 달아 오를때가 있다.
가난하거나 또 아픈자를 보면..
'왜 가난할까? 근검 절약을 안해서 저렇겠지?, 왜 아플까? 건강유지에 신경을 안썼겠지?"
하며..모든 것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누구보다도 상처받은 이를 위해 먼저 기도하는 사람이 되었고, 어떻게든 내 성의를 표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사람이 지치고, 힘이 들 때..
너무나 고통스러워 숨조차 쉬기 힘들 때 따스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나는 알기에 한마디의 말을 할 때도 수많은 신경을 쓰고 말을 한다.
내가 하는 한마디의 말이..
타인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힘이 되길 바라면서....
내가 처음 내 아이 한이가 선천성심장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너무나 힘이 들었다.
그런 내게..사람들은..
"아가..와? 심장병이고..아를 가졌을 때..무슨 감기약 같은 것을 잘못 먹었나?"
"집안에 누가 심장병이가? 그거 유전아니가?"
하며...물었기에..나는 너무나 고통 스러웠다.
그 때 나는 남편과 주말부부였고, 나의 산바라지를 하시던 친정엄마는 모든 것이 자신의 죄라며 나 보다 더 우셨다.
나는 세상에 모든 것이 싫어 밖으로 문을 걸어 잠구고, 한달 동안..울기만 했었다.
그 눈물을 멈추게 했던 것은.
주말에 내려온 남편의 따스한 말 한마디였다..
남편은 어떤 책에서 우리 부부와 비슷한 상황의 글을 읽었다며..
나의 두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여보. 이 세상에 분명 심장병아이가 와야 하는데..
하나님이 그 아이를 잘 키울 부모를 찾으시던 중..
아마 우리 부부가 하나님 보시기에 가장 아이를 잘 키우리라 판단하셨기에 우리에게 보내신 것 같아..
분명 당신은 내게 좋은 아내이듯이..
한이에게도 좋은엄마가 될 것이라고 믿어. 우리 힘내고 훌륭하게 키우자..."
그 때 남편의 따스한 말 한마디에 나는 힘이 생기고, 용기와 희망이 생겼다.
갓 태어난 아들아이에게 약한 심장을 주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울기보다는 아이의 심장병과 싸워 이겨야 겠다는 생각으로 포항에서 서울까지 일주일이 멀다 하고 혼자서 병원을 다녔다.
그리고 8개월 15일 만에 첫 번째 심장수술을 받았고, 다섯달 후 2번째의 심장 수술을 받았다.
두 번의 수술 후 약했던 한이는 키도 크고, 살도 찌고, 아주 많이 건강해졌다.
그리고.
올 9월이 되면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세번째의 심장 수술을 한다.
나는 이 세상 모든 의료진들에게 감사해 한다.
나는 약한 심장을 한이에게 주었는데..세상의 의술은 아이에게 건강한 심장을 만들어 주어..
너무나 감사하다.
노래부르길 좋아하고, 춤추길 좋아하고..숨이 차지만 뛰어 다니길 좋아 하는 내아들 한이.
나는 내 아들의 심장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 할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한이의 심장을 위해 기도 해 주길 바라면서...
나역시..이세상 모든사람들이 따스하고 행복한 봄을 맞이 하길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