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 작성일
- 2002.04.15 17:21
- 등록자
- 서현숙
- 조회수
- 690
안녕하세요? 두분!
제가 이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존경하는 저희 시어머니를 생각하며 이글을 씁니다.
저희 어머니는 18세에, 동생이 다섯인 24세의 장남이자 장손인 시아버님과 결혼해서 살고 계십니다.
'없는 집에 제사돌아오듯 한다" 하는 속담처럼 그말이 딱맞은 그런 형편에서 거의 달마다 제사를 지내는 종가집 며느리로, 네남매를 키우셨답니다.
저희가 작은아들이고, 아주버님네도 분가했구요, 큰시누이님이 45살이니 결혼하신지 만으로 45년이 된거구요, 어머님 연세가 64세 되셨습니다.
어머니는 집안을 멋있게 꾸미는 것은 아니지만, 잘 갈은 칼날같이 반짝반짝 윤이나게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사시고, 세탁기가 있어도 빛이 안난다며 모든 빨래를 손으로 직접 하신답니다.
그리고 그많은 일가친척의 경조사를 한번도 잊는법 없이 너무나 잘 챙기세요!
그리고 절대로 아들들 한테 얹혀 살지 않겠다는 맘을 갖고 계시는데요, 올해 아흔여섯 되신 저희 시할머니인 당신의 시어머니를 45년, 지금껏 모시고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신경쓰이는 일만큼은 대물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시랍니다.
저희 시할머님은 지금도 아주 건강하세요. 낮에는 노인정에 마실다니시구요, 하루세끼 꼭 밥으로 식사를 하십니다.
할머님은 나이가 드시며 점점 더 집에 대한 애착이 심해져 당신의 작은아들이나 딸집에서 하루도 못주무세요. 어쩌다 작은댁의 생신이라 가셔도 저녁을 먹으면 집에 갈 채비를 제일 먼저 하고는 꼭 저희 어머니한테 집에 가자고 조르시지요!
가까운 거리에 둘째작은아들댁이 있는데, 할머님은 가끔 오후에 그 작은아들댁에 들러 차를 마시고 오신답니다.
그런데 지난 연말 딱 한번, 평소에도 잘 그러셨던 것처럼 작은댁에 들러 차한잔 마시고 집으로 가셨다는데, 저녁때가 되도록 안들어오셔, 두집의 아들며느리가 파출소에 신고도 하고 찾아다녔는데, 버스로 두정류장도 넘는 거리의 파출소에 계시다고 연락이 왔답니다.
그곳으로 아버님부부, 작은아버님부부 네분이 들어가니 다른사람 다 몰라라하고 저희 어머니한테로 달려와 미안하다며 빨리 집에 가자고 하셨답니다.
그만큼의 거리를 걸어가실 정도로 건강한 분이 귀찮다며 어머니한테 머리감겨 달라고 하고, 목욕탕에 함께 가도 때밀어 달라고 꼼짝안하신답니다. 그래서 요즘도 주중에 한번 머리감겨 드려야 하고, 일요일 아침마다 목욕탕에 함께 가시는데, 목욕후 손발톱까지 깍아주고 오시는거죠!
얼마전 작은댁에서 할머님 오셨을때 녹두전을 부쳐드려서 드시고는, 간다고 일어나서 큰집에 좀 가져가시라고 봉지에 싸드렸더니,
"늙은이가 이런거 들고 다니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나는거 몰라!"
하며 화를 내고는 그냥 가시더랍니다.
저희 할머님, 얼마나 당신 몸 위하는지 아시겠죠?
시댁에 행사가 있어 친척들까지 다 모인 날이라도 저희 할머님은 작은며느리들이나 손주며느리들 다 무시하고 뭐가 먹고 싶다며 달라거나, 해달라고 하는것을 꼭 저희 어머니 한테만 시키세요.
그러니 45년 동안 며느리 노릇 해온 저희 어머니가 할머님 수발 드는것 얼마나 힘드실까요?
저는 며느리 노릇 안하는데, 저희 어머님은 한갑이 넘어서도 지금껏 며느리 노릇하고 계셔서 죄송한 마음을 이렇게 글로 올립니다.
어머님, 정말 장하세요! 그리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저희 어머니 대단한 분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