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기에 행복한 당신
- 작성일
- 2002.04.16 20:58
- 등록자
- 이 말순
- 조회수
- 634
눈빛만 봐도 뭘 말하는지 알수 있는 세월을 살아오는동안 당신은 정말 성실한 내 남편 이었습니다.
며칠전 갑자기 잠을 자다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당신을 옆집 친구가 부축해서 응급실로 갔지만 사진에다 여러가지를 진단해도 특별한 병명이 없어 진통을 완화 하는 약만 먹은지 또 며칠 남부 시장쪽에 정형 외과가 잘본다고 해 지푸라기 라도 잡는 심정으로 갔었지요. 개인 병원이라 조금 한가 하고 친절한 의사는 자세하게 우리 부부가 알아 들을수 있도록 설명을 잘해 주었습니다.
"퇴행성 관절염요? 그것은 나이가 좀 많이 들어야 생기는병 아닌가요?"
"아저씨가 어릴때 고생을 많이 했나보죠?"
고개를 돌리는 남편의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남편은 비가 오는날이 쉬는날인 공사판 철근쟁이 꼬리표가 붙은 일꾼입니다.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컬컬한 막걸리를 닮은 남편은 세상에서 드문 성실한 사람들 중에 한 사람입니다. IMF가 우리나라를 강타 할때도 우리 부부는 더 열심히 살았습니다. 남편은 한 건물 설계도를 보고 정확하게 절근 조립을 다하고 콘크리트를 치기위해 펌프카 코끼리 호수를 잡고 있을때가 제일 행복 하다고 했습니다.아이들과 봄 벚꽃 구경 한번 가지 못한 남편이 많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내가 옆에서 더 많은 사랑으로 치료해 주고 싶습니다. 남편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간에 저는 당신 옆에서 처음 당신을 만났을때 그 마음 그대로 서 있겠습니다.우리의 아이들이 이땅에서 터를 닦아 행복한 둥지를 지을대 까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그래도 남부끄럽지 않았노라고, 서로 주름를 메만져 줄수 있는, 같이 살기에 행복한 여인으로 남고 싶습니다.오늘 아침 다 낫지 않은 몸으로 비가 오는데도 "일이 많을때 하루라도 더 해야지" 하며 나가는 뒷모습에 전 눈물이 맺혔습니다.돌아와 현관문을 여는 당신의 얼굴에 함박꽃이 피어나게 무슨 반찬을 할까 고민을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