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잘 견디고 이겨내자
- 작성일
- 2002.04.25 02:12
- 등록자
- 이경숙
- 조회수
- 597
안녕하세요?
오늘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밤입니다.
기댈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면 마음이 편할텐데 그렇치 않은 제 상황에 괜시리 서러워 울고 또 웁니다.
무뚝뚝하셨지만 키가 크시고, 멋있었던 아버지는 제가 중학교 3학년때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와 부부사이가 좋으셨던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오랫동안 힘들어 하시더니 여고를 졸업할 무렵 새로운 분을 만나 재혼을 하셨답니다.
어머니가 재혼 하실 때 저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스물 살 난 저와 고등학생인 남동생을 두고, 새 아버지를 따라 가시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해 담벼락에 쪼그리고 울고 있었더니 등뒤에서 하나뿐인 제 동생 경수가.
"누나...엄마 나이 이제 겨우 마흔 셋이야. 앞으로 평생 혼자 살기엔 너무 젊으셔.
새아버지 좋으신 분 같애. 저렇게 좋은분 만났을 때 우리가 기쁘게 보내 드리자.
그리고 우리는 할머니집에 들어 가서 살면 되잖아..."
동생 경수의 그 한 마디에
재혼하시는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고, 보내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저희 둘은
팔 순이 넘으신 자상하신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저는 전문대를 졸업할 수 있었고,
남동생은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었답니다..
작년에는 믿고, 의지 하던 할머님마저 저희들 곁을 떠나가셨습니다..
다행히 동생이 군에서 제대를 한 다음에 할머님께서 돌아가셨기에.
할머님에 대한 큰 슬픔을 동생의 위로로 저는 견디어 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에 복학을 해야 하는데, 할머님의 상을 치르고, 또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동생은 복학을 한 해 미루고 대신 취업을 선택했습니다.
열심히 생산직사원으로 회사에 잘 다니던 동생이 얼마전 회사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오른손 검지 손가락이 잘려 나가 버렸답니다..
대구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다 집으로 돌아 왔는데..
기부스를 한 동생의 오른손을 보고 있노라면.
제 가슴은 아리고 저려서 견딜 수 가 없습니다.
함께 걱정해 줄 부모님이 계시면 위안이 되고.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가슴이 조금은 덜 답답할 텐데....
의지할 어른이 저희들에게는 없습니다.
물론 저는 다 큰 어른입니다.
그래도 자꾸만 의지할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님 살아계실때..
제 등뒤에는 할머님이 계시다는 생각에 모든 일에 든든하고, 힘이 났습니다.
속상한 일, 억울한 일..답답한 일..모두 모두 할머님께 이야기만 하고, 나면
모든 풀리는 듯이 풀어져 버렸는데..
아직도 홀로 선 큰 어른이 되지 못했나 봅니다.
그래도 이제는 제가 동생을 보호 해 주고 또 지켜 주어야 하는데..
동생의 기부스 한 오른손만 보면 속이 상해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어제 저녁에는 동생 몰래 눈물을 훔치며 저녁을 짓고 있는데...
동생은 기부스한 손을 지켜 세우며.
"누나...자꾸 잘린 손가락 생각하지 마!!.
천만 다행이야..그리고 난 운이 좋았어. 그상황에서 다른 손가락들을 안 다쳤잖아...
앞으로는 불편하겠지만, 금방 익숙해 질거야.
이런 말도 있잖아. 잃은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남아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라는 말.
그리고 나 괜찮아. 어이..우리 울보 누나. 그만 울어."
이렇게 툭 몇 마디 던지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읽던 책을 계속 읽고 있더군요.
어린시절부터 제 동생 경수는 어른스러운 아이였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아이였고, 낙천적인 동생이었습니다.
이렇듯 착한 제 동생.
그래서 더 저리고, 더 아픈 제 마음.
할수만 있다면 제 손가락을 잘라서. 동생의 손가락으로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경수야..
우리 이 아픔 잘 견디고 이겨내자.
정말..누나는 너를 너무 너무 사랑한단다...
작은 사무실에서 소형 라디오로만 두 분 방송을 날마다 청취합니다.. .
사연은 처음 올렸지만,즐오두 들으며 용기도 얻고, 힘도 얻는답니다. 좋은방송 하시는 두분 그리고, 또 많으신 스텝분들...건강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