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야기
- 작성일
- 2002.05.15 22:49
- 등록자
- 서영화
- 조회수
- 623
제 나이 올해 29살, 그리고 남편은 올해 37살이랍니다. 결혼전 부모님께서는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난다며 저를 말리시곤 했는데 저는 제 고집대로 이렇게 결혼을 했답니다. 약간의 세대차가 느껴질때도 있지만 모든일을 저와 상의해서 하고 제 의견도 많이 존중해주는 남편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늦은 결혼으로 제게 더욱더 잘 해주시는 어머님이 계셔서 참 좋습니다. 단지 다른 친구들은 시아버지께서 너무나 잘해주신다는 얘기를 들으면 정말 부럽답니다. 저의 시아버님께서는 결혼하기 7년전에 돌아가셨거든요. 며느리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했는데 저는 이렇게 시아버님의 사랑을 받진 못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머니께서 제게 너무 잘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딸부잣집 셋째딸이라서 형부가 두분이 계신데 큰형부의 나이가 제 남편의 나이와 같답니다. 둘째 형부역시 남편보다 일곱 살이나 어리구요. 그러니 남편이 처가에 가면 얼마나 불편할까요? 그러나 내색도 안하고 형님, 형님 하며 동서역활을 잘 한답니다. 그리고 큰 형부네는 벌써 집도 한채 사셨고 나름대로 돈도 모아서 하고 싶었던 사업도 시작을 했답니다. 그런 형부네를 보면서 남편은 좀 부러운가 봅니다. 저희가족은 아직 집도 하나 장만 못했거든요. 남편친구들도 많이 만나보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벌써 자기집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남편과 저는 이제 결혼3년째이니 아직 집을 살만큼의 돈을 모으지 못했답니다. 결혼후 열심히 저금을 했지만 아이가 태어나니 예전만큼의 돈을 저금을 못하겠더군요. 아이가 하나 태어나니 들어가는 돈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요. 아이책값, 옷값, 장난감에 발은 또 왜 그렇게 빨리 자라는지 석달에 신발 한켤레는 기본이랍니다.
남편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집을 사는 것이 목표랍니다. 저는 언젠가는 아파트 사겠지 하며 느긋한데 남편은 저보다 알뜰한 편입니다. 결혼전에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었는데 결혼과 동시에 그두가지를 끊고 가정에 충실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자신이 솔선수범해서 돈도 아껴 쓴답니다. 퇴근시간이 늦어서 그렇지 딴길로 새는 적도 없고 곧바로 집으로 들어오구요. 회식이 아니고는 술한잔조차도 밖에서 먹지 않는답니다.
그런 남편이 제게 1달에 받아가는 돈은 채 10만원도 안된답니다. 물론 차유지비는 제가 주지만요. 그리고 얼마전에는 어버이날이 있었지요. 시댁에는 그전 주말에 찾아 뵙고용돈을 드리고 나왔었는데 친정에는 어버이날 아침에 찾아뵙기로 했었답니다. 남편이 제게 친정부모님께 용돈을 좀 드리라고 하는걸 요번달에는 생
활이 빠듯해서 못드리겠다고 했거든요. 물론 작은 선물하나는 해야지 하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요. 남편은 여러번 제게 친정에 용돈 안줄꺼냐고 묻길래 정말 안드린다고 했거든요. 그랬더니만 지난 5월 7일에는 퇴근해 집에 들어와서는 척하니 저한테 봉투를 하나 내밀며 친정아버지께 갖다드리라고 하더군요. 열어보니 은행에서 바꾸었는지 빳빳한 새 만원짜리 지폐 열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웬돈이냐고 물으니 용돈을 아껴서 몇 달간 모은돈이라고 하더군요. 결혼기념일이나 제 생일에도 꽃한번 안사주는 남편이길래 이럴때는 더욱더 감동한답니다. 비록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 돈을 모으기까지 남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아직 손수 아이 장난감하나 사오지도 않았던 그이가 제 친정아버지께 드리는 용돈이라 더욱더 느낌이 컸습니다. 사실 작년 아버지 생신때도 이렇게 용돈을 모아서 제게 주더군요. 아버지는 사위가 드리는 용돈이라 그러신지 더욱 좋아하신답니다. 딸이 드리는 용돈하고는 또 다른가봐요. 결혼생활을 하면서 항상 시댁행사를 먼저 챙기곤 했는데 이렇게 남편이 친정을 챙겨주니 너무 고마워요. 그리고 남편이 이렇게 저의 친정을 생각해 주면 저는 더욱더 시댁에 잘하고 싶답니다. 제게 데이트 할 때부터 결혼후 지금까지 꽃 한송이 사다주지 않은 남편이지만 참 멋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