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보다 더 소중한 마음
- 작성일
- 2002.05.16 13:07
- 등록자
- 박춘억
- 조회수
- 622
스승의 날 아침
우리 집 두 아이는 선생님께 드릴 꽃 때문에 싸웠습니다
전날 미리 꽃을 사 두었는데 아침에 보니 한 쪽 안개꽃이 조금 시들자 서로 더 예쁜 꽃을 선생님께 드린다고 아웅 다웅댔습니다
할 수 없이 '가위 바위 보' 해서 이기는 사람이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가위 ..바위..뽀.."
어린이집에 다니는 다섯 날 아들이 씩씩하게 주먹을 불끈 쥐고 '바위'를 내는 순간 눈치 빠른 초등학생 딸이 '가위'를 슬그머니 풀고는 '보'를 외치며 이겼다고 휙 ~ 꽃 바구니를 낚아 챘습니다
영문을 잘 모르는 어리숙한 아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누나에게 꽃 바구니를 양보했습니다
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께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타일러도 아이들은 우선 눈에 보이는 꽃이 더 좋은가 봅니다
그래도 작은 꽃 바구니 속에는 딸아이가 쓴 비뚤비뚤 편지와 아들이 그린 선생님 얼굴과 아내가 쓴 '감사의 편지'가 어울어져 꽃 향기 보다 더 향긋한 향내를 낼것 입니다
아들 녀석은 선생님 얼굴을 다 그리고는
"아빠가 써 줘"
"뭐라고?"
"선생님 사랑한다고..,착한 찬이가 준다꼬"
나는 킥킥 웃다가
"선생님 늘 고맙습니다 장난꾸러기 찬이 드림"
이라고 하자 화를 내며
"장난꾸러기 말고 착한 찬이라고 써줘"
아들의 귀여운 협박에 '착한 찬이 드림'이라고 써 주곤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비록 장난을 치는 개구장이지만 선생님 앞에선 착한 아이로 기억되고 싶은가 봅니다
문득 데일 카네기의 (생각이 사람을 바꾼다) 중에서 이런 글귀가 떠 오릅니다
한 사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마디의 격려가 아닐까.
어릴 적 부모님의 따스한 한마디,
선생님의 신뢰어린 격려 한마디로
인생의 좌표를 굳게 설정한 위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비록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격려의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작은 물결이 모여 큰 물결이 되고,
그 힘은 일찍이 꿈꾸지도 못했던
거대한 제방을 허물어뜨린다.
선생님의 격려와 따스한 한 마디의 말에 우리 아이들의 꿈과 미래가 달려있으니 부모로써 또한 선생님의 감사함을 뼈져리게 느낍니다
오늘 밤에는 잊었던 옛 은사님을 떠 올리며 학창시절 추억에 잠겨볼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