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친건지 채점을 하고 온건지
- 작성일
- 2002.05.16 18:25
- 등록자
- 서원연
- 조회수
- 593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희 딸아이 혜인이(초등2년)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며칠전 5월 11일에 혜인이의 한문 시험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작년에 8급시험이 있던날 혜인이는 시험장에 가면서 얘기했습니다.
"엄마, 치나마나 합격이다"
동지여상에서 치는 시험이라 좀 긴장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던 저에게 던져주는 안심의 말, 속으로 정말 흐뭇했습니다.
50분 시험에 15분밖에 안지났는데 나오면서 한마디 합니다.
"한문제 틀렸다"
우스웠지만 수고 했다고 칭찬해주었습니다.
한달후 인터넷으로 확인한 결과에는 정말 한문제가 틀렸고 혜인의 사진이 붙은 8급 자격증이 집으로 배달되었습니다.
액자에 끼워 거실에 붙여 놓았지요
혜인이는 저에게 "엄마, 다음단계는 7급인가. 7급쳐야지"라고 하길래 "그래 잘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하자"
하지만 그생각도 잠시뿐 한문책을 들여다 볼 시간을 안 내주내요
학교다녀와서 피아노, 그리고 집에서 영어, 수학, 조금 공부하면 저녁먹고 게임하고 숙제하고 동생과 놀아줍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 4월중순이 되었을때 저는 과감히 7급 원서를 냈습니다.
혜인이는 펄쩍 뛰었습니다.
집에서 테스트해보니 70문제중 20문제 밖에 모르는 겁니다.
"엄마, 공부 하나도 안했는데 어떻게 시험을 치노? 떨어질게 분명하다"
하지만 저도 단호히 말했습니다.
"네가 저번에 한 약속이니 지켜야지. 지금부터라도 공부해라"
"이번만 치고 다시는 시험안친다. 흥"
혜인이는 자신이 없다고 했지만 원서를 내고나면 무조건 시험을 쳐야한다고 생각을 하는지 할수없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다섯장씩을 쓰고 문제를 풀어야 시험날까지 책을 다 풀수 있다고 겁을 주어서 공부를 시켰습니다.
사실 어릴때 부터 혜인이가 자기가 해야하는 공부에 대해서는 혼자알아서 잘 하기 때문에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12월생인데도 4살에 한글도 그냥 집에서 수월하게 다 떼고 공부하기를 좋아해서 6살때부터 교재로 공부를 했습니다. 또 책 읽기도 좋아해서 생일선문이나 어린이날 선물 모두를 도서상품권으로 달라고해서 책을 사서 봅니다. 그럭저럭 도서상품권으로 모은책이 50권전집중 30권이나 됩니다.
또 자신이 공부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할때는 문을 딱 닫고 조용히 합니다.
옆집 친구가 놀러와도 지금 공부시간이라고 나중에 놀자고 딱잘라 말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옆집 아이에게 미안한 적이 많았지요
그 습관은 아직도 여전하구요
덕분에 좀 수월하게 공부했지요
어쨌던 그래서 한문 책, 제가 고른 수학, 국어, 영어책을 공부방에 들여다 주면서 문만 딱 닫아주고 우리는 밖에서 조용히만 해주면 됩니다.
가끔 모르는것 묻고 공부끝나면 채점하고....
보름만에 한문책 한권 다 공부하고 나니 시험치기 이틀전이네요
실전문제집을 풀어 보니 2문제나 3문제 정도 틀리기에 안심했습니다.
시험날 혜인이는 시험장에 들어가며 말합니다.
"엄마, 합격이다"
"그래, 지금 하는 데로만 하면 합격인데 번호잘보고 답만 제 번호에 적으면 된다. 잘쳐라"
밖에서 기다리는 학부형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시험시작하고 한 25분쯤 지나 혜인이가 나옵니다.
"세문제 틀렸다"
아니 틀렸는 줄 알면 틀리지나 말지 자기가 어떻게 아는지 저는 잘난척 말라고 핀잔을 줍니다.
혜인이 시험에 자신이 있었던지 "엄마, 지금 집에 가는 길에 한문책 6급 사서 이제 매일 한장씩 하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날 집에오는 길에 서점이 없어 책은 못샀습니다.
또 요며칠은 또 비가 와서 시내를 못나가고 있구요...
그랬더니 한문책 타령이 늘어집니다.
빨리 맘 변하기 전에 내일이라도 날이 좋으면 사러가야겠습니다.
시험발표일이 기다려집니다.
정말 세문제만 틀렸는지.....
그리고 엄마 말도 잘듣고 공부도 잘 알아서 하고 착한 혜인이여서 항상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