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작성일
- 2002.05.23 14:34
- 등록자
- 이수진
- 조회수
- 599
우리 집 축구 이야기
띵똥~~~~
"어 ..아빠다~"
아이들은 오랫만에 일찍 돌아온 아빠를 보고 끌어안고 뽀뽀 세례까지 하는데 남편은 그 귀여운 아이들을 밀치고선 "빨리 틀어 봐라 축구가 어떻게 됐는지 ,,"
아참! 그러고 보니 오늘이 한국과 잉들랜드 축가 평가전 하는 날 인줄 깜빡 잊었네요
일찍 귀가한 남편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다 들었는데...조금 서운했지요
버선발로 뛰어가 현관문을 열어주면서 '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 잠시 행복한 착각을 한 것이 맞았네요
남편은 쇼파에 앉자 마자 텔레비전에 두 눈을 딱 고정시키고 연발 "슛 슛...슛 한 골 시원하게 넣어보자 .." 외치면서 발로 축구공을 차는 흉내를 낼 때 중학교 시절 축구부를 떠 올렸나봅니다
전반전 잉글랜드에 한 골을 내주자 남편은 땅을 치며 안타까워 하면서 으으으~~~~ 부글부글 속이 탄다고 맥주를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애국심에 불타는 젊은 혈기라나 뭐라나 하면서 벌컥벌컥 캔 맥주를 다 마시더니 아이들을 불러모아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자 따라 해봐~ 대.한.민.국..짝짝짝..대.한.민.국 짝짝짝짝~"
손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열열하게 응원전을 펼치다가 성에 안차자 갑자기 방에 들어가 빨간 티를 입고선
"야 우리 가족 제대로 한 번 붉은 악마처럼 응원해보자"
비록 경기장에 못가지만 집에서라도 애국심을 고취 시키자는 둥 ~남편의 감언이설로 우리 가족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응원을 했습니다
딸아이는 빨간 티가 없어 빨간 반바지를 입고 빨간 양말을 신고 응원을 했으니 참 가관이죠?
후반전 ..드디어 한 골을 한 골을 넣자 ~~~ 남편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아이들을 끌어안고 응원의 힘이 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아쉽게 동점으로 끝났지만 우리 축구의 앞날이 훤히 밝아옴을 느꼈고 무사히 월드컵이 성황리에 이뤄짐을 예감했습니다
아들 머리 만한 수박을 칼로 잘라 먹으려고 하는데
"엄마..저 수박 꼭 축구공 같다.."
"????"
부전자전 이라더니
축구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슛~~~"하는 남편은 '군대 이야기' 아니면 '축구 이야기' 아니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가 주요 레파토리 인데 이젠 아들녀석 까지 한 몫 거드니..
어쨌던 월드컵 경기땐 남편의 귀가 시간이 빨라 질것 같아서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 남편 축구를 제대로 봐야 한다고 지금 집의 텔레비전이 작다고 투덜대니 어쩝니까?
대형 텔레비전을 사자고 하면 어떻게 하나 내심 조마조마 합니다
두 분 텔레비전이 조금 작다고 우리 대한 민국이 지지 않고 이길건데...그 쵸 ?
월드컵을 핑계로 구형 혼수용품 텔레비전을 확 바꿀까요?
좋은 의견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