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심장 박동수 떨어지던날.
- 작성일
- 2002.06.05 13:31
- 등록자
- 정은희
- 조회수
- 727
안녕하세요.
나하나 밖에 모르고,나 하나만 챙겨가며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남편과 알꽁달꽁 살던 저에게 아들녀석이 하나 생겼답니다. 이제 겨우 두달하고 22일... 어른들 말씀이 아이를 낳아봐야 부모 마음 알고 세상 무서운지 안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듯하네요.
결혼한지 어느새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그 중간 한번의 유산의 아픔을 겪고 나서야 얻게 된 우리 아들녀석은 뱃속에 있을때 다훈증후군이 의심이 된다는 판정 때문에 한참 저와 남편의 가슴을 애태웠었고, 그일이 지나고 나서는 뱃속에서 거꾸로 자리를 잡고 한참을 안돌아와 애간장을 녹이더니, 예정일이 두주일이나 지나도록 나올 기미를 안보여 할수없이 유도분만을 하여 낳게 되었답니다.
3월 14일 이른 새벽부터 한참동안 저의 밥상을 못 받을 남편을 위해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을 골고루 정성스럽게 만들어 아침을 차려주고 마지막으로 오랜동안 기다려온 우리 아기에게 서로의 바램과 멋진 부모가 되겠다고 약속을 한뒤 병원으로 향했답니다. 누구나 다 겪는 고통이였기에 두렵긴 했어도 그다지 걱정은 안했답니다. 대여섯시간쯤 죽었다고 생각하고 나면 우리에게도 귀한 아기가 생길 생각에 기대가 더 컸답니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나고 주사를 맞기 시작한지 두시간쯤 지나자 슬슬 통증이 시작 되더군요. 통증이 올때마다 아기에게 어서 나와서 엄마 아빠와 만나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죠. 여덟시간쯤 지났을 때 쯤엔 소리 한번 안 지르는 저의 모습에 간호사들도 고개를 젖드라구요. 이렇게 독한 산모 처음이라며... 세상 어느 엄마가 다 그렇겠지만 제가 소리를 지르면 아기는 저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는 글을 책에서 본적이 있는 저로서는 아기를 위해 참아야겠다는 생각외에는, 그리고 몇달을 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온 터라 그래도 참을만 하더라구요.
그런데 양수가 터질때쯤 되어 아기의 심장박동을 체크하는 기계가 이상하기 시작했어요. 저에게 통증이 올때마다 아기의 심장박동수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는거예요. 그러다가 통증이 사라지면 정상으로 돌아오고...심장박동수가 들쑥날쑥하자 의사의 얼굴색은 사색이 되었고 보호자를 불러야겠다며 아기의 심장박동이 이런상태로 나간다면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기가 어렵다며 빨리 큰병원으로 옮겨야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더 걱정은 아기가 이미 밑으로 내려 앉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며 아기가 빨리 나오는 수밖에 없다며 자기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웬 마른 하늘에 날 벼락 이랍니까. 의사가 모르면 나는 어쩌라고... 이제 아픈건 저에게 아무런 문제가 아니였어요. 우리 아기가 무사히 이 고통을 견뎌내기만을, 혹시 원하신다면 우리아기 대신 저의 생명을 걷어가시기만을 기도하고 또 기도 드렸죠.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너무나 더디게만 내려오던 아기가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고 서둘러 저는 분만실로 향하였고 억지로 끄집어 내다시피하여 아기를 서둘러 꺼냈답니다. 다행히도 세상밖으로 나온 이녀석은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지 정말 우렁차게도 울어대더군요. 녀석이 나오자 제일 먼저 저의 귀에 들린말은 의사의 "아이구 나왔다, 나왔어, 건강하게 잘 나왔네" 였답니다. 의사 생활 30여년만에 이런 애닮는일은 처음이였다며 의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군요. 그때 왜 아기의 심장박동수가 들쑥날쑥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혹 아기의 심장이 건강하지 않은건 아닌지 너무 걱정스러웠던 저희는 아기를 검진해봤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는 너무나 건강한 아기랍니다.
너무나 급하게 이녀석을 꺼내느라 다른 산모들보다 조금 더 상처가 많이 나게되어 저는 자연분만임에도 불구하고 5일을 병원에 입원하여 있게되었는데 아들녀석은 너무도 건강하건만 살인에 가까운 더위가 느껴지는 산모방과 더우니까 자꾸만 바깥으로 왔다갔다한 아기아빠는 지금 두달이 더 지났건만 아직까지도 그때 든 감기가 낳지않아 지금까지도 골골거리고 있답니다.
우리 아들녀석은 어떻냐구요?. 먹기도 잘먹고 잠도 잘자고 병원에 예방접종을 위해 갈때마다 의사선생님의 "아이구 이녀석은 매일매일 쑥쑥크네" 라는 칭찬을 듣는답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벙실이라는 별명이 붙을정도로 눈만 마주쳐주면 소리내며 까르르웃어대고 저녁9시만 되면 잠이 들어 새벽 4~5시가 되어 일어난답니다. 그래서 일명 효자아들이라고 부른답니다. 뱃속에 있을때부터 세상에 나오기 직전까지 그리도 저와 남편의 애간장을 태운게 미안해서일까요?
우리 순둥이 아들녀석을 볼때마다 모든것에 감사하게 되요. 특히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준 이녀석에게 더욱 감사하구요. 세상에 더욱 겸손할줄알고 이세상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귀하게 태어났는지를 알게 해준 이녀석...어제보다는 오늘이 ,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