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짜리엄마
- 작성일
- 2002.06.12 09:47
- 등록자
- 김경숙
- 조회수
- 581
안녕하세요
박용수 김경희씨
유난히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아래 인상이찡그려질 정도로 맑은 날씨에요...
사무실앞 화단에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천리향이 피었어요....
새색시마냥 예쁜분화장을 한듯한 꽃잎의 매무새가
너무 예뻐서 놀라고 스쳐가는 향기의 싱그러움에 또한번놀라고.....
요즘은 계속 심장이 쿵쿵뛰는 소리가 누가옆에서 들어도 들릴듯이 크게 들려요.
미국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로 끝나서 맘이 답답하던찰나에 그날저녁 저의 아들녀석의 행동에 또 한번 맘이 답답함을 느낍니다.
근 8개월간의 심한 입덧으로 어떤녀석이 나올려고 이렇게 엄말 힘들게 만드나,임신기간내내 잠을 못자서
결국은 회사도 그만두게 만들더니 아니나다를까
태어나는날은 10시간가량 진통후 위급한 상황에서 어쩔수 없이 수술을 하게 만들고
진통후유증으로 아이는 아이데로 엄만 엄마데로 완전히 초죽음 상태가 되었죠...
3.9kg 의 몸무게로 태어났지만 머리가 너무커서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머리에 혹이 생겨 결국은 인큐베이터안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죠...
근 보름간의 사투후에 건강한 몸으로 저의 품으로 돌아온 아이.
태어나서 4살이 될때까지 잠을 안자고 칭얼대고 매일매일을 징징거리던 아이.
5살이 되던해엔 인큐베이터안에 있던 아이들은 눈에 지장이 많다고 해서 안과를 갔더니만 수술을 해야한다는 진단을 받고 6시간정도의 수술을 받았던 아이.
모두모두 잘 견뎌내고 지금은 어느누구보다도 건강한 우리 아들 우진이...
너무 감싸고 애지중지 키워서 그런지 아직 운동신경이 영 빵점인 아이지만 어느누구보다도 맘 만큼은 너무 예쁘고 참된 아이죠...
집에서 너무 착한일을 많이해서 별명이 무언지 아세요 찬돌이래요 찬돌이....
태어나서는 건강하게 자라라고 할아버지가 바우라고 지어주었는데....
그런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어요...
뭐든지 잘할려고 무척이나 노력을 하는 아이라서 그런지 별탈없이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거든요...
조금은 무서운선생님을 만나서 준비물 하나라도 잊어버리지 않을려고 항상 알림장을 엄마에게 제일먼저 알려주는 아이에요...
아이의 적극성에 저도 한몫을 하죠.
항상 긴장된 상태에서 아이의 준비물을 챙기고 숙제를 시키고 받아쓰기를 시키고....
그래서 그런지 항상 받아쓰기는 100점을 받아오던 아이였는데 그날은 왠지 80점을 맞았더라구요
그래서 뒤통수를 한방 때렸죠..
담부터 잘하라고 아는거 틀렸다고 혼을 좀냈죠.
제가 조금은 완벽주의라서 그런지 아이도 엄마를 조금은 무서워 하는 편이거던요..
그 담날은 100점을 맞았더라구요...
근데 받아쓰기 공책이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들여다 보니
오! 마이 갓!!!!
90점을 지우개로 지우고는 100점이라고 고쳐놓은거에요
그 순간 저는 정말 열받고 이건 아닌데 싶어서
씻고 있는 아이를 불러 들였죠...
엄마가 받아쓰기 공책을 들고 씩씩대는 모습을 본 아이는 벌써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잘못했다는건 아는지
"엄마 엄마 있죠 저기요 "하면서 말끝을 흐리더라구요
그래서 "우진아 이거 왜이렇게 고쳤어 누가 고쳤어
선생님이 고치라고 했니 아님 누가 그랬어"
조금은 흥분된 목소리로 얘길했더니만
드디어 울음바다가 됐죠 엉엉울면서 하는말
"엄마 엄마가 100점 안맞으면 혼낸다고 해서 엄마한테 혼날까봐 그랬어요" "엄마 잘못했어요 다신 안그럴께요"
하는거 있죠....
그순간 전 진짜루 심장이 터지는줄 알았어요.....
잠시 떨려서 말을 잇지 못하겠는거 있죠....
언제 어느장소에서나 칭찬보다는 꾸지람을 더 많이한 나의 행동에 대해서 난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하고 챙피하고 나의 못남에 너무 속상했죠...
이론상으로는 칭찬을 많이해야된다는거 잘 알지만
그게 버릇처럼 "넌 왜 이렇게 못하니" "누구누구는 이렇게 잘하는데" "넌 왜 상도 하나 못받니"
해선 안되는 말만 골라서 아이에게한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운 날이었어요....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말하지 마세요"
라고 하는 아이에게 그날 일은 없었던일로 둘이서
약속하고 저자신에게도 약속을 했습니다...
다그친다고 잘 되는게 아니고 조그만 어떤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엄마가 되겠다구요...
저 지금까지 빵점짜리 엄마였나봐요...
저자신한테는 채찍질을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너무 많은 짐을 들려준거 같아서 미안하구요...
엄마가 노력해서 정직하게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그저 그 모습을 보면서 잘 따라오겠죠....
"우진아 미안해 그리고 엄마랑 약속 잊지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