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애틋해진 우리 가족
- 작성일
- 2012.08.06 23:08
- 등록자
- 이진숙
- 조회수
-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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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덥다. 이 더운 여름에 우리가족은 큰일을 겪으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오랜 가뭄 끝에 비가 오던 6월 마지막날!
고속도로에서 해인이가 빠진 우리가족이 사고를 겪었다.
자동차의 결함으로 갑자기 핸들이 돌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자동차가 부서지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우리는 비명을 질렀다. 도로중앙에서 차가 다시 한 바퀴를 돌면서 갓길로 나왔던 것이다.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라 어리둥절하고, 이게 지금 나한테 일어난 사고인가 믿어지지 않았다. 난 핸들에 부딪힌 가슴을 부여앉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옆 좌석의 남편과 뒷좌석에 있던 해진이 병휘를 찾았다.
모두가 괜찮아 보였지만, 순식간에 주위는 소란스러워졌다.
우리는 병원으로 이송되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해인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가족들 안부를 묻는다. 보험회사며 자동차를 폐차하는 일이며 조금 덜 다친 남편과 해인이는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다. 다른 사람에 의한 것도 아니고, 또한 다른 차에도 피해준 것도 아니고 우리의 단독사고인 것이 다행이다. 우리는 외상은 없었고, 심한 타박상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고, 해진이는 다리에 상처를 입어 치료를 해야 했다. 정말 다행이고 고마운 건 병휘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이런 엄청난 일에 서로 헤어지지 않음을 정말 하나님께 감사했다.
계속 병원치료를 해야 하는 우리를 남겨두고 치료도 포기한 채 포항으로 내려가는 남편!
가장의 책임이었으리라, 충주에 남아있는 엄마와 언니를 돌보는 해인이와 병휘.
누구하나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이것저것 병원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오는 해인이. 누나 옆에서 돕기도 하고, 엄마 옆에서 이것저것 시중들어 주는 아들. 집에 가서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는 남편도 고마웠다. 이런 식의 휴식은 안되지만 결혼 후 20여년동안 한 번도 맛보지 못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딸들과 엄마 아빠의 연애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중도실명으로 장애인이 되어버린 아빠 애기도 해주며 지금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아빠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을 나누기도 하면서 이제는 아빠를 미워하지 않고 더 많이 이해한다고 말하는 딸들. 우리에겐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남편도 더욱 애틋하다. “숙아,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 우리 가족 아무도 헤어지지 않아 너무 고맙다!” 남편이 하는 말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제는 해인이가 남친과 헤어져서 우울하단다. 아빠, 엄마, 언니, 병휘 생각하며 힘내겠다고 한다. 나는 해인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병휘의 어릴적 사진을 보내주며 웃으라고 한다.
병휘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좀 나아졌을 거다.
해진이는 9월이면 또다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가기 전에 학부에서 하는 연극연습에 땀을 흘리고 있고, 포항 불빛축제 기간에 일본에서 온 손님들의 통역으로 바쁜 날을 보기도 했다. 병휘는 마지막 초등학생 여름방학을 여러 가지 캠프에 참가하고 공부하느라 바쁘다. 엄마 아빠는 폐차된 애마를 그리워하며 또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뜨거운 햇살에 얼굴 찌뿌리며 시내를 활보한다.
이런 일상생활들이 소중하다. 가족이란 그런가보다. 항상 있으니까 소중한 걸 잊고 살다가 어려움이 닥치면 각자 위치에서 제 할 일을 한다. 우리가족이 좋다! 이렇게 느끼다가도
또다시 싸우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가족인가 보다.
올림픽에 참가해 선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한 마음으로 응원하며, 함께 울고 웃는 우리나라 국민들도 거대한 가족이다. 대한민국 화이팅!
포항시 북구 대흥동 이진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