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성묘
- 작성일
- 2012.10.03 11:59
- 등록자
- 이진숙
- 조회수
- 274
고개를 들어 하늘 한번 보세요, 높은 파란 하늘에 하얗게 뭉게 구름이 답해줄 거예요.조금만 시내를 벗어나면 황금들녁과 어우러져 있는 갈대와 코스모스가 손을 들어 답해줄거예요. 잠시만 들판에 서서 팔을 벌리고 눈을 감고, 바람을 맞이해보세요, 바람이 지친 몸을 어루만져주며 위로해 줄거예요.
박용수, 장윤정씨! 추석명절 잘 보내셨죠?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차례를 지내고 날씨도 너무 좋아 성묘를 가기로 했답니다. 여자들은 "이렇게 설거지가 많이 쌓였는데, 우리는 안갈란다. 남자들만 다녀오세요."
"형님! 우리도 성묘가요, 우리가 종인가요? 갔다 와서 설거지 합시다" 했더니, 아주버님도
“그러자, 같이 가자.” 옆에 계시던 어머님도 “갖다 와라 설거지는 내가 하마.” 하십니다.
조카들도 “큰어머니 같이가요, 설거지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군대시절 몇백개 식판도 잘 해냈습니다.” 우리 주부들도 합세해서 모든 가족이 차 두 대로 나눠 타고 논길을 지나 드디어 산소에 도착합니다. 예전에 이 길은 좁은 논길이었는데 지금은 포장길로 닦여져 있어서 자동차가 다닐 정도입니다. 산소에 도착하니, 다른 성묘객들도 많이 보입니다.
“얘들아, 우리 정말 오랜만에 성묘간다 그치?”
하니까 우리집 애들은 “엄마, 난 처음이야!”하네요?
“맞다, 엄마도 이번이 세 번째인가 싶다. 처음에는 결혼하고 처음 할아버지한테 인사했을 때이고, 한번은 해인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언니를 등에 업고 갔더니, 가족들이 ‘새댁은 등따습고 배부르네?’ 하고 놀렸던 생각이 난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한바탕 웃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아버님을 뵈러 왔습니다.
산소에 도착하니, 우리 둘째 해인이는 준비해간 조화를 꽂으며 “ 할아버지, 제가 왔어요, 이뿐 해인이가 할아버지한테 처음 인사드려요” 하며 너스레를 떱니다. “할아버지 저는 해진이예요, 저 내일 일본에 가요, 예전에 할아버지도 일본에서 공부하셨댔죠? 할아버지 뒤를 제가 밟고 있어요” 합니다. 우리 가족은 한바탕 또 웃습니다. 논과 마을 너머로 바다도 시원하게 보이는 멋진 곳입니다. 아버님이 저 하늘 위에서 장성한 손자들을 흐뭇하게 보고 계시는 것같았습니다. 성묘 하기 전 주위에 물길도 내주고 산소도 다듬어주고 우리는 성묘를 드리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립니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잘 다녀왔나? 우리 영감 오늘 깜짝 놀랬겠다. 우리 손자들보고 잘 왔다 하시더냐? 영감 꽤나 시끄러웠겠다.” 설거지는 결국 우리 차지였지만 그래도 마음은 즐거웠답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헤어졌지만 쑥 빠져나간 빈 자리를 어머니는 홀로 보시며 외로워 하시겠지요?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