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 작성일
- 2012.10.14 09:14
- 등록자
- 정병호
- 조회수
- 241
벌써
빠른 이는 필혼 하고
늦은 이는 고등학생 아들 뒷바라지 하고
어버이 상 당해 부고 나누고
자식들 청첩장 날리고
낮은 산 등산하며 시간 보내고
마누라 눈치 피해 낚시 다니고
용돈 아껴
소주 한 병 받아놓고 벤치에 앉아 먼 산에 걸린 구름 바라보고
낙엽 떨어지는 것 보면 눈물 맺히고
아직 마음은 젊고 어린데 사람 많은데 가면 어디 낄지 떨떠름하고
일 하는데서는 정년 헤아리고
홀로서기 하려니 특별히 할 만한 용기도 어중간하고
돌아보면 뭔가 한 것 같은데 아무것도 손에 잡힌 것도 없고
어떻게 살았나 싶어도 잘살았다 싶기도 하고
마누라가 예뻐 보이기도 늙어 보이기도 하고 안쓰럽게 보이기도하고
벌써 그런 나이다
친구 딸 혼사에 가서도 즐겁다기 보다 나는 어떻게 할까 걱정도 되고
꾸미고 다듬어 놓은 신부가 예쁘기도 하고 새신랑이 어려보이기도하다
하하하하하 벌써 그런 나이가 됐는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