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55번째 생일 축하해 주세요
- 작성일
- 2013.03.25 18:27
- 등록자
- 이진숙
- 조회수
- 388
남편은 긴머리에 퍼플와인색 염색을 고집하는 멋쟁이 남자다.
비록 시각장애를 갖고 있지만,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
유행에도 민감하다, 특히, 가전제품 중에서도 오디오에 관심이 대단히 많다.
시력을 잃기 전에는 사진 찍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
휴일만 되면 항상 여행을 다니며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지금 꿈앨범이 10권이 넘는다. 고스란히 추억 속으로 잠들어 있다. 언제든 펼쳐볼 수 있는 앨범. 요즘에는 졸업시즌에도 앨범을 볼 수 없다. 우리 졸업할 때는 졸업선물로 단연 1위였는데.
사진을 보며 추억 속으로 빠지며 옛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도 모를 때도 있었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에는 사진을 인화해서 보기 전까지 기다리는 설렘도 있었다.
멋진 사진을 보면 크게 확대해서 벽에 걸어둔다. 아니, 우리집에는 벽에 액자로 도배를 하고 있다. 앨범도 결혼 전부터 아이들 성장일기, 학창시절, 모두 예쁘게 정리되어 있다.
이런 일은 모두 남편 몫이다. 꼼꼼하고 정리정돈 잘하고... 여자인 나보다 훨씬 잘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남편은 보는 것보다 듣는 쪽으로 관심이 많아졌다. 그건 당연했다.
시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을 때는 스탠드를 환하게 켜 놓고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나마도 안된다. 전기도 스스로 연결하고 오디오 시스템설치도 다한다. 재료도 완성품을 사는 법이 없다. 하나하나 재료를 사다가 우리 집에 맞게 다시 만든다. 덕분에 옆에서 시중드는 나는 납땜 전문가가 되었다. 집에서 영화관처럼은 아니지만 웅장한 소리를 내며 영화를 즐기고, 멋진 음향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들을 수 있는 우리집이 좋다고 한다. 주택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한 때는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던 아이들이었는데....
이런 남편( 김 해영)이 오늘(26일) 생일입니다. 멋내기 염색약보다 이젠, 흰머리 염색약이 필요하게 되었고. 스킨 로션도 한 번 사면 제대로 다 쓰지 못하고 버리게 될 정도로 피부에 관심이 없었는데, 며칠 전에는 스스로 화장품을 사기도 하는 중년 남자가 되었답니다. 어느새 55세가 되었네요. 어느 순간 나이를 생각하면 깜짝 놀랍니다. 우리도 많이 늙었구나!
잘 살아왔습니다. 열심히.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이 되기를 늘 기도합니다.
박용수, 장윤정씨 축하 많이 많이 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