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은다가오고....
- 작성일
- 2014.05.19 10:23
- 등록자
- 이진숙
- 조회수
- 348
요즘 눈을 들어 어디를 보아도 빨갛고 예쁜 줄장미가 담장마다 수를 놓고 있다. 내가 아는 어느 골목엔 노란 장미가 엄청 피어 있었다. 꽃도 예쁘지만 흔하지 않은 색깔이라 하나 살짝 꺾으며 몇 년 전 생각이 났다. 그날도 그 곳을 우연히 지나가는데 넘 예쁜 장미꽃이 있어서 남편에게 "와! 저 노란장미 정말 예쁘다!" 했더니, 한 송이만 따면 안될까?" 한다. 난 차에서 내려 꽃에겐 미안했지만 한 송이를 따서 남편에게 주었다. 그랬더니 " 자! 받으시오, 이 꽃으로 오늘 부부의 날 선물을 대신 하겠소" 하는게 아닌가! 에이. 싱겁긴? 이게 뭐야?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우리 부부는 같이 하는 것들이 참 많다. 처음으로 같이 한 취미는 '아마추어 무선사'다. 이름도 낯설고 생소했지만 시각장애인인 남편이 방에서도 무전기를 통해서 전국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이 무전기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시험을 치고 같이 국가 자격증을 땄다. 취미생활중에도 유일하게 자격증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취미라며 나를 설득했고, 우린 공부도 같이 했고, 시험도 같은 장소에서 쳤다. 나란히 합격하여 그 때부터 무전기를 사기도 하고 이것저것 손수 만들어서 기계를 작동시키며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난 요즘 남편을 도와서 납땜도 잘한다. 전기에 대해서도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다. 남편을 돕다보니 어느새 나도 반 전문가는 된 것같다. 후후후... 벌써 20년 전이다. 와~ 생각해보니 정말 시간이 빠르다. 처음 시각장애 진단을 받고 재활교육을 위해 대전으로 대구로 공부하러 다니던 정말 힘든 시기였지만 이 취미생활로 여러 계층의 친구들을 만나고 무전기로만 만나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서서히 적응했던 것 같다. 친구들의 위로와 용기와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또다른 취미는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자전거타기. 텐덤바이크를 복지관에서 프로그램으로 처음 참가해서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난 이 자전거야 말로 최고의 선물 같았다. 남편은 텐덤바이크 대회도 몇 번 나가기도 했지만 난 체력이 달려 그저 남편과 자전거를 타며 같이 운동할 수 있다는 걸로 만족한다. 우리도 텐덤바이크를 한 대 사서 새벽이나 퇴근 후 주말엔 신나게 달린다. 자전거를 타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준비하는 건 남편 몫! 난 그저 같이 달리기만 하면 된다.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가 예쁜 꽃이있으면 사진도 찍고 이런 저런 애기도 하면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몇 년째 같이 하는 취미가 한가지 더 늘었다. 바로 "톱연주!" 시동생의 권유로 시작한 톱연주는 이제 나도 제법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교회음악에 이 톱연주가 아주 매력적이라는 시동생의 말에 남편이 먼저 배우기 시작했고, 매일 연습하는 남편을 보다가 호기심이 생긴 나도 악기하나 다룰 줄 알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배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좋다. 남편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지만 내가 연주할 때는 나보다 낳다며 칭찬을 아끼지않는다. 연주할 수 있는 멋있는 반주 음악이 있었음 좋겠다며 반주기를 하나 사야겠다고 은근히 압박이 온다. 집에 있는 노래방 반주기로 녹음을 해서 하기는 하지만 더 멋있는 연주를 위해서는 필요하단다. 다 좋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면 뭐든 못할까, 싸우지 말고 이제 건강도 챙기면서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 계속 같이 하면서 행복하게 삽시다. 남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