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동맥, 다시 이어지다.
- 작성일
- 2016.11.23 09:51
- 등록자
- 유성진
- 조회수
- 347
해가 뜨기 전 궁궐….
귀정문을 나서는 두 여인이 있었다.
화려한 복색의 여자와 그를 따르는 조금은 남루한 여인 하나.
문을 나서 담벽을 따라 걷고 있지만 앞선 여인의 눈엔 근심이 가득하다.
잠시 뒤 애틋한 월정교가 나오고 이내 건너면 도당산 문턱에 이른다.
한 번의 큰 합장 후….. 여인은 첫 발을 내 디뎠다.
그녀는 언제 꺼질지 모를 왕자 중경을 위해 부처님께 향하던 엄정 왕후다.
신라 부처님의 성지 남산을 잇는 왕의 길 도당산,
그녀는 이 길을 매일 같이 걸어 부처님께 불공을 올렸다.
‘중경을 데려가시지 말라며…..’
도당산 초입에서 3백 보를 넘길 때쯤 잠시 멈춘 왕후가 뒤를 돌아본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자꾸나”
“예!”
여종은 한 손에 들고 있던 조그만 천을 펼쳐 그녀의 앉을 곳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자 기둥 한 곳을 붙들고 왕과 왕자가 있는 월성과 월지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녀의 등뒤 현판엔 화백정이란 글귀가 그녀와 슬픔을 함께하고 있다.
지난 주말 경주 왕의 길을 다녀 왔습니다.
앞의 글은 왕의 길을 오르며 잠시 상상해 본 것 입니다.
1975년 산업화란 이름으로 끊어놓았던 그 길…, 천년 전부터 이어오던 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40년만의 일입니다.
월정교에서 도당산전망대(화백정)를 지나 화백 광장까지
폭 2m, 길이 1km의 탐방로가 복원 된 것입니다.
길의 시작은 지금 복원중인 월정교 입니다.
월정교를 출발해 삼백여 미터 걷다 보면 화백정이란 정자를 만납니다.
육각 정자인 화백정은 왕과 왕비가 쉬어간 정자였다고 합니다.
다시 고즈넉한 숲길을 걷다 보면 지금은 잊혀진 기억이 된 화백 회의장이 나옵니다.
그 옛날 화백회의가 열렸을 거라 예상되는 곳이라 설명합니다.
그에 맞게 화백 광장이란 이름도 붙였습니다.
포항에서 경주 톨게이트로 나가는 곳 도당터널 위가 화백광장이 되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산업도로 터널 위에 존재하지만 그 옛날 신라를 지탱해온 원탁회의장이며
절대 권력인 왕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화백회의는 통일신라 이전 신라의 근간이 된 역사였습니다.
과거 조상들도 절대 권력은 만용을 부릴 수도 있을 거란 걸 아셨나 봅니다.
지금은 황량하지만 서서히 이름에 걸맞게 꾸며지리라 바래봅니다.
화백광장을 돌아 우측 산길에 들어서면 세계문화유산인 부처님의 성지 남산에
들어섭니다.
신라 성지와 왕궁을 잇는 가장 짧은 길은 이곳 입니다.
신라왕 56명과 왕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
또 어디선가 왕가의 눈을 피해 아픈 자식을 가슴에 품고 몰래 올랐을
신라 어머니의 마음과 같은 길...
천년 왕국 월성 복원의 시발점이 이길 바라며 신라의 여러 동맥 중 하나가 연결
된 것이라는 점에서 많이 반갑습니다.
즐오두 청취자 분들도 경주 남산에 가시게 된다면 월정교 앞에서 출발하심도
어떨까 합니다.
참조:
'심쿵 크리스마스' 공연 티켓 부탁드립니다.
저희 가족은 부부와 딸 셋이 있습니다.
여자 넷이 공연 보고 올 수 있도록 가능하심 4장도 될런지요.
애청자로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