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루 되길....그냥 읽어보세요..
- 작성일
- 2004.03.05 23:37
- 등록자
- 최한일
- 조회수
- 405
수첩을 새로 샀다. 원래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으며 난 조금씩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어느 이름은 지우고 어느 이름은 남겨둘 것인가. 그러다가 또 그대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이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 두고두고 떠 올리며 소식 알고 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 벗어나 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네.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 인연 잎사귀 / 이해인 당신도 그런 적 있나요 사라진 것들의 뒷모습이 궁금한 낯선 간이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행선지 없이 무작정 떠나고 싶은 적 있나요 베고니아 꽃잎 같은 숨결 접어 선반 위에 다소곳이 올려놓고 한 줌 불빛으로 죽은 듯이 앉아 종점에서 종점까지 사나흘쯤 떠돌고 싶은 적 있나요 미세한 떨림도 느낄 수 없는 차창 한 켠에 왼쪽 아니면 오른쪽 머리를 파묻고 눈물나게 그리운 사람 불러내어 잘못 쓴 메모처럼 흔적없이 지우고 싶은 적 있나요 비좁은 통로를 느릿느릿 핥고 가는 홍익회 밀 차에서 오렌지 한 알 샀을 뿐인데 껍질도 벗기지 못한 채 빈 들판 풍경 되어 목멘 적 있나요 당신을 사랑한 죄입니다 / 심미숙 |
안 되겠니 / 조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