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한 줄에 긋는 밑줄 208편
- 작성일
- 2004.09.30 23:59
- 등록자
- 오일선
- 조회수
- 52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는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김현승 시전집/관동출판사/시제목:가을
詩를 모른다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 살아가면서
적어도 몇 번쯤은
나의 언어가,
나의 생각이
시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에도 제 각각의
고유의 맛을 가지고 있듯,
세상이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바로 인생의 깊은 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2004년/9월/30일/목/208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