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팝송을 접하던 시절 이야기...
- 작성일
- 2010.05.28 01:37
- 등록자
- 김형찬
- 조회수
- 1668
처음 팝송을 접하게 된 건 초등학교 6학년(그 땐 국민학교였네요..ㅠㅜ)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중학생이던 형이 여름방학이 되자,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온다며 라디오를 같이 듣자고 했지요. 가사도 알 수 없는 노래를 뭐가 그리 좋아서 듣나 싶었는데, 의외로 귀에 익은 음악들도 나오고, 한편으로는 처음 들었는데 참 좋다 싶은 노래도 자주 들리더군요.
그 때 들었던 프로그램이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였습니다. 당시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에서는 여름방학 때는 상반기 결산 인기 팝송 100곡을, 겨울방학 때는 연말결산 인기 팝송 100곡을 순위대로 틀어주곤 했는데, 마침 그 시기에 제가 처음 라디오를 접하게 된 것이었죠.
지금처럼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던 시기가 아니였던 탓에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들이 참 소중했더랬습니다. LP나 테이프를 맘껏 살 수 있을 정도로 용돈이 넉넉했을리도 없고,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니었으니까요. 참고로 제 친구는 F. R. David의 "Words"라는 노래 제목을 "Wars"로 잘못 알았던 나머지, 그 좋은 노래가 제목은 왜 그렇게 잔인하냐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 저도 잘 몰랐기 때문에 반박도 동의도 할 수 없었네요.
여튼, 라디오에서 좋은 곡이 나오면 녹음테이프가 헤지도록 녹음을 하고 지우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재수좋은 날엔 가수의 정식 앨범에 수록된 것보다 더 긴 노래가, DJ의 멘트가 단 한 마디도 섞이지 않은 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나왔지요. 그 날 그 곡을 녹음하면 하루종일 뿌듯했더랬습니다. 반면, 어떤 때에는 DJ가 곡 중간에 멘트를 하거나, 아직 후렴 부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광고로 넘어가기도 했지요. 그럴 땐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이제부터 부탁드릴 곡은 그 때 제가 처음 접했던 곡들입니다. 특히, 당시에는 밴드들이 참 많았었는데, 이번에 부탁드리는 노래들은 밴드의 곡을 중심으로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제게는 참 화석같은 곡, 제 인생의 팝송이라고 하면 떠오를 만한 1987년의기억들입니다.
1. Joy - Touch by Touch
오스트리아 출신 3인조 밴드인 Joy의 1집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유로댄스의 시초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 땐 3명의 이름을 모두 외웠었는데, 지금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네요. ㅜㅜ
이 곡은 우리나라에서 1987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에서도 1위였구요. 그 인기 덕에 아마 Joy가 그 즈음 내한공연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밤 늦게 공연 녹화중계를 본 기억이 나네요.
없는 돈에 Joy의 1집에 이어 2집을 샀는데, 2집은 Korean Girl이라는 노래도 살짝 화제가 되는 듯 하다가 사라지고 말았네요. 이후의 소식은 잘 모르겠습니다.
2. A-HA - Take on Me
노르웨이 출신 3인조 - 모튼 하켓, 폴 웍타, 맥스 프르홀멘 (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이 정도라도 기억을 하고 있다는 게 뿌듯~~) - 그룹이었습니다. 곡도 곡이지만 뮤직비디오가 최고였죠. 만화 스케치와 현실 세계가 교차하는 모습이 아련하게 기억이 나네요. 당시 음료수 CF에서도 그 기법이 사용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주의 키보드 연주가 인상적인 이 노래는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에서는 3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구요, 아마 뮤직비디오는 그래미상을 수상...하지 않았었나요??
아하가 발매한 1집부터 3집까지 모두 샀는데, 특별히 아하는 테이프도 아닌 LP로 소장했더랬습니다(지금은 없어요..ㅠㅜ). 모튼 하켓은 특별히 제가 사진을 코팅해서 책받침으로도 썼구요. 나중에 모튼 하켓은 영화 Conspiracy의 주제곡인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불렀지만, 나머지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르겠네요.
3. Bon Jovi - Livin' on a Prayer
초반에 "우워우워우우우우"하며 나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 노래입니다. Bon Jovi의 앨범으로는 3집인 Slippry when Wet에 수록된 곡이지만, 저한테는 이게 Bon jovi의 첫 곡입니다. 이게 빌보드 차트에는 4주간 1위를 했다네요.
Bon Jovi는 이외에도 많은 좋은 곡들을 발표했는데, 사실 제 주변에는 이들을 회색분자로 표현하던 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엔 헤비메탈이 대세였는데(나중에 그 시절의 헤비메탈도 신청할께요),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겐 그들의 음악이 메탈로 보기에는 너무 약해 보였고, 한편 메탈을 싫어하는 친구들에겐 그냥 일종의 헤비메탈 그룹으로 보였던 거죠. 오히려, 전 그런 매력 때문에 더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방금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 알았는데, 2007년에 Bon Jovi가 19년만에 빌보드 1위에 올랐다네요. 예전의 꽃같은 외모도, 파워풀한 보컬도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관록을 보여주니 반갑다기 보다 고맙다는 느낌이네요.
4. Chicago - Will You Still Love Me
시카고는 빌보드 차트에 오른 수많은 1위곡을 가지고 있고, 특히 불후의 명곡인 "Hard to Say I'm Sorry"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이겐 시카고의 베스트 곡입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이 노래가 1987년 저와 시카고의 첫 만남이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 노래는 빌보드 차트 3위가 최고 성적이고, 국내에 판매되는 베스트 앨범에도 이 곡을 찾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만큼 듣기 힘든 노래이고, 뮤직비디오를 본 것도 단 한 번에 불과합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애정이 가고 듣고 싶은 노래지요.
저는 지금까지 이 곡이 Peter Cetera가 부른 줄 알았는데, 여기에 올리려고 검색하면서 처음 알았네요. Peter Cetera가 시카고를 탈퇴한 후 첫 빌보드 탑 텐 히트곡이라는 사실을요. 보컬은 Jason Scheff였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ㅠㅜ
오늘 올리는 곡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후반부 가사에 can't go on 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영어를 전혀 모르던 시절에 "개코원, 개코원" 그러면서 웃었던 게 추억으로 남네요.
5. Modern Talking - You're My Heart, You're My Soul
Talking이 "톨킹"으로 읽느냐 "토킹"으로 읽느냐를 가지고 형과 한참 입씨름을 했던 그룹입니다. 1집부터 6집까지 테이프를 샀었지요.
재미있는 건, 1987년에 이들의 앨범 중 1집과 3집이 동시에 인기를 끌었다는 겁니다. 이 노래는 1집 수록곡인데, 3집 수록곡인 Brother Louie와 함께 당시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에서 10위권 안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유는... 제가 알 리가 없지요. 더욱 신기한 건 정작 2집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거...
독일 출신의 2인조 보컬 그룹으로 유로댄스 인기에 큰 역할을 담당했지요. 다만, 노래가 다 거기가 거기같고, 비슷비슷해서 금방 질리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4집 이후부터는 이전과 비교하여 그다지 좋은 곡들이 있었다고는 기억이 되지 않네요.
앞에 이야기한 Brother Louie 외에 3집의 Atlantis's calling도 큰 인기를 누려서, 3곡 중에 어느 곡을 신청할까 망설였는데, 아무래도 1집의 타이틀 곡이라는 상징성 탓에 이 노래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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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동안 처음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녹음 버튼을 누르던 기억과 한 쪽에는 기타와 악보가 그리고 다른 한 쪽에는 테이프와 LP판이 켜켜이 놓여 있던 테이프 가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내 생애 첫 테이프인 모던토킹 3집을 샀던 기억 역시 새삼스럽구요.
전체적으로 조용하진 않은 곡들이라... 어느 일요일 3부나 4부에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