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드리는 글..
- 작성일
- 2005.05.27 08:44
- 등록자
- 민병대
- 조회수
- 558
오랜만에 들립니다.
며칠후면 다가올 어머니 생신날에 즈음하여...
얼마전에 어버이날 뵈었는데 오늘 또 다시 빙그레 웃으시며
자식들이 떠나는 자동차에 봄나물과 먹거리를 잔뜩 실어
주시고 자식들이 떠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아버지 어머니가 문득 보고 싶어지네요.
“이제 또 포항내려 가면 언제 또 올 수 있노”
“조만간에 또 한번 다녀갈께요. 아버지”
“야들이 자주 올수 있니껴, 힘든데 뭐하러 또 올라꼬요"
"경비 축나는데 추석때나 한번 다녀가면 되제"
"별소리를 다 하니더”
아버지는 자식들과 손주들이 자주 시골집에 오길 바라시고,
어머니는 오고가며 힘들게 번 돈 많이 쓴다고 오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래도 아내가 시골에 맑은 공기 마시고 시어른들
살아계실 때 자주 찿아가 뵙자는 덕택에 가끔씩 고향인
영주에 다녀오곤 합니다.
며칠전엔 많은 비는 아니지만 그토록 기다리던 비가 조금
내렸는데 천수답에 심어놓은 고구마랑 고추가 시들시들
거리더니 지금은 제법 싱싱하게 자라겠군요.
멀리서 운전하고 오는 자식들이 힘이 들까봐 아픈 다리로
비닐을 깔고 고추, 땅콩을 미리 다 심어 놓았습니다.
부모님을 농사 지어 놓으신 곳이 보고 싶어서 두 분을
자동차에 테우고 농사 지어 놓으신 천수답 밭고랑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도 모르게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젠 저희들 걱정 그만하세요.
직장 다니며 술도 많이 마시지 않고, 두 아이들 교육 잘시키고
항상 안전 운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시골집에 아침이면 자동차에 부식이랑 맛나고 다양한
물건들 싣고 오시는 분이 계시잖아요.
바쁜 농사일 하시면서 반찬도 할 시간이 없으셔서 그런지
밥상위엔 채소밖에 없으시던데 아버지가 즐겨 드시는 조기도
사고 어머니께서 좋아 하시는 고기도 그분께 필요하신
것들을 아끼지 마시고 마음껏 사서 드세요.
아버지 어머니 저희들 8남매 이렇게 키워 주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셨어요.
저는 객지에서 아이 둘만 키워도 허리가 휘청 거립니다.
두 분의 하늘과 같은 은혜는 우리 아이들 에게도 잘 교육
시키겠습니다.
지난번 설명절엔 4형제 며느리 모두 불러 앉혀 놓고 밤낮 없이 힘들게 일하여 모으신 돈과 뼈가 으스러지도록 두 손으로
장만하여 농사짓던 땅과 집을 골고루 형제들에게 문제없이
나누어 주셨는데, 제 몫인 그 두어마지기 땅 저는 필요
없으니 그 땅 한 마지기만 팔아서 좀 더 여유있는 생활을
하세요.
자식으로서 넉넉한 용돈도 드리지도 못하는데 그 돈으로
두분의 남은 인생 고생 그만 하시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제가 이렇게 말씀드려도 당신들
행복보다도 자식들의 앞날을 더 생각하시며 언제나 항상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만 하시는 두분을 생각하니
오늘 아침에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제 저도 나이가 살아온 날보다 살날이 가까와져 가는가
봅니다.
제 나이 먹는 것은 절대로 두렵지가 않지만 두분께서 점점
힘없어 하시고 휘어지는 등을 바라볼때면 그 모습이
더 슬퍼져 옵니다.
아버지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두분께서 아프시지 마시고 저희들 옆에 오래 계셔야 저희들도
힘이 나고 좋은 일은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뭐든지 열심히
하게 된답니다.
두분이 이세상에 계시지 않더라도 부모님께서 항상 하신
말씀처럼 동기간에 우애있게 두 형님 잘 모시고 동생들 잘
보살피며 좋은 길로 이끌어 부모님이 살아 생전에 처럼
형제간에 화목하게 옛 이야기하며 지내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항상 부족하고 못난 포항 셋째아들이
이렇게 두서없는 편지 올립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