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사냥...
- 작성일
- 2005.07.08 08:37
- 등록자
- 민병대
- 조회수
- 541
장마가 한참인데 우리 지역엔 아직 그렇게 걱정할만큼 큰 비는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나간 많은 태풍으로 인해 치산치수를 잘하여 물 난리를 격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이젠 아이들 방학도 시작되고 직장인들은 휴가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 어릴적 고향의 여름은 신작로를 따라 키가 큰 미류나무가
이열 종대로 도열해 있고 먼지가 많이 나는 그 길을 조금 벗어나
경운기가 겨우 다니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시족사회로 이루어진
30여호 가구가 모여사는 곳 입니다
한여름 밤 바람도 잠들고 너무나 고요해 밤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 예전 시골집엔 지금처럼 한밤 정적도없고 지나가는 차들이 내는
굉음도 없었습니다
가끔씩 환한 달빛이 창문넘어로 새어 들어오고 수 많은 별들이 구슬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며 북두칠성이 뚜렸이 보이는 밤...
알싸하고 상큼한 공기가 가슴으로 밀려 들어 올때면 집옆 지붕위로
뻗어 올라간 감나무 가지 사이로 흔들리 듯 걸린 보름달을 바라보며
어머니 아버지 생각이 울컥 가슴으로 올라와 왠지 마음이 허전하던
때가 아마도 사춘기를 어렴풋이 경험하던 시기였던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일찍 시집보낸 큰누님과 큰형을 일찍 군대에 보내 놓으시고
밤마다 마당 담장 밑에 짚을깔고 조그마한 상위에 정한수를 떠놓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잠결에 자식위해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뒷 모습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으며
가끔 잠을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 처마끝에 내려서면 정한수에 비친 달빛은
너무나 아름다워 손가락을 넣어 찔러보고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옛날 고향 집 안마당엔 여름밤이면 항상 멍석이 깔려있습니다
들일을 끝마치고 쑥을 한아름 지게에 지고온 아버지는 지게를 벗어
놓으시고 남은 6남매들을 위해 모깃불을 놓습니다
어머니는 커다란 홍두께로 국수를 만들고 가마솥에 감자가 한 솥 삶겨져
구수한 냄새가 마당 한가득 진동을 합니다
매일 저녁이면 한끼 정도는 칼국수와 감자가 배고픈 저녘 우리의 배를
채워주고 식사가 끝날 즈음이면 달이 동산위로 얼굴을 내밀고 모깃불에
하루살이들은 붉은 5촉짜리 전구 아래서 자맥질을 하던 아름다운
지난 여름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그때 아버지께서는 올망졸망 빙둘러 앉아 먹던 저녁상을 물리고
삶은 감자 한개를 손에 들고 드시다가 휘훤한 달을 바라보곤 하셨는데
아마도 지금 생각하면 남은 6남매의 저녁상을 앞에두고 땀에젖은 무명
적삼 자락이 초라하게 느끼며 자식들 입속에 고기 한점 넣어 주지
못한 마음을 안타까워하며 커가는 자식들 모습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세월이 빨리 흐르길 바랬을 것입니다
오늘밤 돌아갈 수 없는 이십오년전 그 기억속 그리움으로 아직 남아 있습니다
가끔씩 무심히 창밖을 바라 보는것이 버릇처럼 되어 버려 스스로 놀라며
일상으로 돌아올때가 있습니다
간간히 들려오는 버스 브레이크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너무나 고요하여
여기가 시골집인지 착각이 들정도입니다
아이들이 방학이 되어 모두들 마음이 설레인다 합니다
갈곳은 많이 있지만 올해는 많이 망설여 집니다
인파가 넘치는 계곡과 바다보다는 제 고향인 영주 선비촌에서 체험숙박도
하고 저잣거리에서 옛날 음식도 먹고 다음날엔 장마로 물이 불어난 계곡인
명호강 레프팅을 즐기며 더위사냥을 나서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소백산 맑은 계곡에서는 가재도 잡고 시골집 마당에 텐트를 치고
평상에 누어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을 보며 밤새워 울어주는 소쪽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찰옥수수를 삶아 먹고 어머니가 팔순을 앞두고
계시지만 아직 근력이 있어 긴 홍두께를 칼 휘두릇이 흔들며 늘려가는
칼국수를 만들어 시원한 오이냉국과 함께 만들어 먹고
간간히 기승을 부리는 모기들에게 쑥을 한짐 베어 모깃불을 놓고
오카리나를 불며 지친 영혼을 쉬게하고 싶습니다
이번 여름휴가는 놀고 쉬는것이 아니라 잊혀진 마음의 여유를
채워보고 싶습니다
한 학기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했을 아이들과 함께 돈독한 사랑을 쌓아
무덥고 긴 열대야 의 밤을 휴가속에 넣어두고 삶이주는 여유로움과
건강한 마음을 가질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번 여름은 맑은 하늘에 밝은 달빛이 오래도록 비추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