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회의 지존
- 작성일
- 2009.09.08 07:35
- 등록자
- 강명희
- 조회수
- 1503
혼자 알기 아까워 글 올립니다. 많은 분들이 멋드러진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제대로 된 복어회을 드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우리 가족들, 하지만 올여름은 지루한 장마로 그리 실감을 못하고 있던 차에 모처럼 이번 주말엔 날씨가 좋을 거라는 예보다. 여름 햇볕이 반가울 때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올 여름은 궂은 날씨가 기승이다. 얼마 전 후배를 통해 들은 동해안의 어느 식당 얘기가 자꾸 생각나 이참에 마음먹고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3박4일간의 제주여행에서 우리가족들은 먹거리 때문에 일정의 절반을 병원에서 보낸 적이 있어서 타지에서의 먹거리는 꽤 신중해진 편이라 후배에게 몇 번이나 다짐을 받고서 나선 터였다.
올해는 때 아닌 저온현상으로 피서객이 많이 줄어 불황이 실감난다는 동해안. 하지만 집을 나선지 근 세 시간 만에 도착한 감포의 그 식당은 조금은 예외인 듯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식당 안은 제법 분주해 보였다. 사장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초면에 아는 체를 해 주셔서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으로 후배가 대신 예약을 해둔 자리를 안내받아 들어간 방에 들어서는 순간 애들과 집사람은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이 집은 바다위에 떠 있는 배를 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제법 어질어질할 정도로. 그래서 횟집 이름이 바다위의 횟집인가보다...
우리가족은 자리에 앉자마자 후배가 추천한 복어회 코스를 주문했다. 애들이 둘이라 망설이는 나를 보고 사장님께서 어른 두 분 양만 주문하시란다. 이런 저런 상황을 파악하는 안목이 탁월하신 게 손님을 편안히 대해주시는 사장님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이 집은 벌써 3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해 오신 이 지역에선 꽤 유명한 식당이라고 귀띔하신다(지금은 아들내외가 운영하신단다)
주문한 복어회를 기다리는 동안 시내에선 보기 힘든 여러 해산물과 정성이 들어간 곁 음식들로 채워진 식탁을 보고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라, 멍게, 해삼 거기다 전복회까지.. 바다의 신선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사장님 말씀이 복어는 코스로 나오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단다. 혹시 우리가 가격을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조심스레 메뉴판을 다시 보니 그건 아니 듯하다. 안심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복어회가 올라왔는데 이건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종잇장회다. 친절히 먹는 법을 설명해 주시는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우린 그 아까운 복어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뻔했다.. 한 점 한 점 미나리를 싸서 복어 전용 소스에 찍어 먹으라는데 그 맛이 뭐랄까... 회 한 점 한 점이 모두 한 개씩의 사연을 가진 듯 깊고 오묘하다고나 할까... 복어회를 음미하는 와중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다른 음식들이 쉴 새 없이 나온다. 쓸개, 간 찜, 껍질 무침, 내장 수육, 애들이 홀딱 반한 참복 초밥까지... 그리고 말린 복 지느러미를 구워 따뜻한 정종에 우려냈다는 히레주는 복어회가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었다. 갖가지 음식들로 배가 부른 터에 마지막 대미라고 할 수 있는 복지리가 뽀얀 국물을 머금은 채 우리 앞에 나선다. 코 끝에 느껴지는 내음이 이놈 또한 범상치 않을 것 같더니만 한 수저 떠 넣은 국물 맛은 "캬~조오타" 그 자체다. 창 너머로 보이는 동해바다는 찌든 일상의 번뇌를 잠시나마 잊게 하고 내 앞에 있는 나의 가족과 내 자신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듯하다.
한 끼 식사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고맙고 소중한 것임을 느꼈다고나 할까.. 여행에서의 먹거리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큰길을 비껴 난 사잇길로 들어가 자리한 식당이라 무심코 지나치면 그 존재를 알지 못하는지라 이집에 오시는 손님들은 거의 단골들이시란다. 그들 모두가 한 끼 식사에서 만큼은 축복받은 이들이다.
싱싱한 회 맛 만큼이나 가슴이 확 트이는 전경으로 오늘도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그 식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돌아온 나의 일상이지만 선선한 가을이 되면 꼭 다시 한 번 찾아가 제대로 복어의 맛을 느껴 보아야겠다... 옛 시인 소동파는 복어의 맛을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는 맛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감포 "바다위의 돌고래횟집" 054-744-3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