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사진전 소개
- 작성일
- 2002.08.21 18:19
- 등록자
- 뿌리
- 조회수
- 1735
디아스포라
최흥태 사진전
2002_0909 ▶ 2002_0913

최흥태_초곡리_디지탈프린트_8.3인치x11.7인치_2002
풍경의상처
E.H 곰브리치는 미술사를 '이미지의 생태학' 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미술에 있어서 이미지의 생성과 사라짐이 마치 생태계의 활동을 보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 일 게다. 오랜 기간 풍경을 대상으로 우리시대 풍경의 존재와 그 사진적 의미를 탐색해 오고 있는 최흥태의 작업은, 바로 그런 곰브리치의 시선을 아주 닮았다.
그의 풍경은 관광엽서의 풍경처럼 아름답거나 수려하지 않다. 사람들이 '앞산' '뒷뜰' 이라고 부르는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우리주변의 일상적인 자연이다. 자연 속에 문명의 열화가 진행되고 있는, 그래서 점점 중증의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자연. 이를테면 자연과 세계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우리시대 풍경의 초상이다. 한때는 문화의 중심에 있다가 버려진 장소, 존재와 부재가 나란히 병렬되어 있는 그 시간의 완충지대에서 그는 언어의 징검다리를 놓는다.
돌이켜보면 지난 근대화의 분주한 기행은 풍경 곳곳에 깊은 상처와 여독을 낳았다. 마치 씹다 버린 껌처럼 잠시 이빨과 혀의 욕구를 충족시킨 뒤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오물덩어리. 그런 살풍경을 우리는 도처에서 목도 한다. 온 땅을 헤집고 다니며 자신의 이기로 어느 덧 자연전체를 덮어 버리고 마는, 생존의 살의가 빚어낸 저 뻔뻔한 무늬의 퇴폐. 그의 사진적 진술은 문명의 끝없는 자기 증식적 욕구를 비판하고, 작품을 구성하는 내재적 외형적 요소가 자신이 몸담은 사회환경으로부터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20세기 모더니즘 예술의 극단적인 자기환원은 예술과 삶 사이의 단절을 초래함으로써 창조활동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렸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예술이 그것을 둘러싼 정신과 사회풍속의 일반적인 상태에서 발아되는 것이라면 미적가치라는 것도 사회적 의미로 환원될 수 밖에 없는 가치이다. 최흥태는 사회와의 관계를 묻고 강조하는 일련의 사이트(site)의 서술을 통해 풍경의 리얼리티를 노래한다. 그의 풍경에는 지나온 시대의 독소를 제거하고 배출하려는 자기회복의 의식이 배어있다. 극적인 과장이나 색채도 없는 일상적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진이 단순히 '격세지감'이나 '상전벽해' 식의 투박한 일별을 허락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의 풍경을 사진으로 그린 우리시대의 진경산수 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찌 보면 문명은 사라짐에 대한 저항이요 흐르는 물을 칼로 배어내 명료한 입방체로 만들려는 노력같이 보여진다. 아무리 인위적인 눈금을 들이대 세계(世界)를 측량해도 분명한 것은 인간 역시 자연의 구성요소이며 인간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 짐과 하중을 가리려 제 아무리 역사와 문명을 예찬한다 하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거울' 앞에 세우면 그것은 너무도 초라하고 잔인한 실존을 드러내고 만다. 최흥태의 사진은 바로 그런 거울이다. 제우스는 인류에게 문명의 불씨를 가져 다 준 프로메테우스의 죄를 제우스는 각종 재앙을 불러내는 '판도라 상자'로 단죄했다. 그러나 아직도 판도라의 상자 가장 밑바닥에는 꺼지지 않은 '희망'이라는 단어가 남아있다. 그 작은 희망만이 사진이라는 운명의 맷돌을 갈고 있는 그에게 잠들 수 없는 깊은 밤에는 차라리 눈을 뜬 채, 한 마디도 틀리지 않게 풍경의 상처를 가슴에 아로 새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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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예술문화연구소 김갑수(화가)
초대일시_2002_0909_월요일_07:00pm
대백갤러리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2동 48
Tel. 054_288_8661-3
파괴를 이겨낸 생명의 힘
폐허, 잔해, 흔적, 비슷한 어감을 내포한 듯 보이는 이 세 낱말의 뜻은 어떻게 서로 구별되는 것일까, 최흥태의 사진 <초곡리>를 한 장씩 넘겨보다가 언뜻 떠올린 의문이다. 이 사진들이 보여 주고 있는 풍경이 ‘폐허’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혼자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세 낱말은 모두 ‘이 자리에 온전한 형태로 있던 무엇인가가 사라지거나 망가져 버린 후에 남은 자취’를 뜻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다. 그 중에서 폐허란 무언가 이 자리에서 이전에 살던 것이 사라져 버렸을 뿐만 아니라 그 사라짐으로 인해 남아 있는 터 자체가 생기를 잃고 못 쓰게 되어 버렸다는 뜻. 그에 비해 잔해는 예전에 살던 무언가가 죽거나 망가지며 남겨 놓은 찌꺼기를 일컬을 뿐 그것이 놓여 있던 자리가 망가졌다는 사실을 시사하지는 않는다. 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