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 작성일
- 2004.08.12 01:20
- 등록자
- 오임근
- 조회수
- 581
나는 어촌 한 귀퉁이,
그저 못난 바위처럼 제자리 하나 되도록이면 오래 지키고 사는 게 꿈이다.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길은 공단을 지나면서 황당하게도 크게 뚫려 있다.
그 길과 내통하며 어언 한 달 째 부딪는 소리와 문양이 있다.
간혹 가슴이 아려 우회하려해도
결코 우회할 수 없는 길 속에 그들이 있다.
어김없이 형산교에선 신호가 나를 가두고 나는 강변의 소리를 듣는다.
얼마전 나는 제철소 문 앞에서 그들을 만났다.
땡볕을 견디며 외치는 건설노동자들의
붉거나 검은 소리들을, 늙거나 메마른 이제는 지친 모습들을
잠시 바라보거나 다시 지나가는 사람들
언젠가의 오월처럼 칠월에서 팔월로 가는 폭염은 잔인했다.
여전히 그 자리에 선 것은 아버지고 남편이고
그리고 내 아이들의 작은 밥그릇.
땡볕에 빈 속으로 나앉은 밥상을 향해
자꾸 마음이 둘러 앉고 있었다.
답은 없다.
모두에게 밥그릇이란 이미 누적된 살점보다 더욱 간절한 것
답을 만들지 않으면
다시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이 흉흉한 세월에 희생될 뿐
희고 슬픈 뼈들만이
세상을 살다 결국은 갈 것이다.
나는,
아무도 오지 않는
아니 이미 습관처럼 드나들지도 모르는
내 집 몇몇 손님들에게
편지를 쓴다.
기도하자.
기도하자고..
가장 가난한 가슴에 오늘은 교회를 세우고
폭염 속 저 붉은 띠를 차디찬 머리에 둘러야 하는
나와 함께 사는 목숨들의 숨소리를 위해
별반 다를 게 없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자고.
여름성경학교에도 가본 적 없는 내가
오늘은 말한다.
뉴스 한 켠 방영되는
아군도 적군도 없는 전쟁속에서
목백일홍 그 간지럼나무에 피는 붉은 꽃처럼
가을이 오기 전에
모두가 흔쾌히 해산한 빈 터를
그리고 꽉찬 힘있는 일터를 지나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꿈을 나는 꾼다.
